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9시 10분, 첫 교시 수업에 맞춰
7시에 알람을 켜고 잠들었다.
기초 글쓰기 수업
무엇을 배우는 거지?
호기심에 들떠 쉬이 잠들 수 없었지만
눈 떠보니 5시 10분
더 자도 될 텐데
잠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대신 심보선을 뒤적이다
필사를 한다.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이 보인다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 너머 막 옷 갈아입는 중인 헛것도 보인다 자구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 너머 헛것……너머 무한의 헛것이 보인다(심보선의 시 ‘즐거운 생일’ 중)
어깨가 아프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한 달을 다녀도 낫지 않는 이유가 뭘까?
하루의 동선을 계획한다.
두 시간 연 강이 끝나면
학식을 먹어야지
점심 후 만 보를 채우고
병원에 가야지.
물리 치료를 한 후
카페에서 6시까지 혼자 놀기 후
동네 시네마 관람
하루를 풀로 채워야지,
샤워를 하는 수도꼭지의 물줄기마저
리듬을 탄다
미솔라, 미솔라
딸기 몇 알, 바나나 한 쪽
한 움큼의 알약들을 삼킨다.
[오전 7:24] 타이트한 서울 나들이 후
느긋하게 쉼.
오후 택배 도착.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 에릭 부스 지음
읽기 시작하려구요.
1. 이어령선생님
일주기 추모 특별전
서초구국립중앙도서관
2. 광릉 수목원
나목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었음
3. 예술의 전당,한가람 미술관:
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시
시 한 편 대신 오늘은 자신의 일상을 보내온
‘정담에서 만났던 어여쁜 익산 분’이라는 닉을 가진
모태솔로 정 선생의 카톡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첫 교시니만큼 좀 일찍 출발해야겠지,
차의 시동을 거는 순간 경고등
무슨 경고들일까, 운전을 하며 한 손으론
경고등의 종류를 검색,
타이어 공기압,
오후엔 카 센타에 가야겠네
뭐, 이참에 세차도 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카톡을 보내온 정선생의 ‘라라’톤의 즐거운 울림,
보내온 카톡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10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같이 가자는 것으로 통화를 맺는다.
학교 도착 주차를 하고도
40여 분이 남아 막상스 페르민의 ‘검은 바이올린’을 편다.
수업 20분 전
강의실도 찾아야 하니
좀 일찍 가야지, 차 문을 여는 순간,
42년생 어르신이 인사를 한다.
1120호 강의실을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가까스로 찾은 강의실에 착석,
수업 시간까지 페르민을 놓지 않는다.
강의실에 학생들이 그럭저럭 차고
교수님이 오시자 출석을 부르신다.
헐, 내 이름이 없다.
42년생 어르신의 이름도 없다.
여기 ‘기초글쓰기 수업’ 아닌가요?
묻는 말에
‘삶과 윤리’ 수업이란다.
푯말을 확인하니 1121호,
앗, 잘못된 만남,
부랴부랴 옆 1120호실
다시 착석,
벌써 진행 중인 수업,
결석으로 치면 어쩌지,
괜히 나 때문에 42년생 어르신까지.
교수님은 수업 출석의 의미를 몇 번이고 강조하신다.
불안, 초조,
수업 끝나면 강의실을 잘못 찾느라
지각했다고 말하면 괜찮겠지,
다행히, 첫 수업이라
출석을 그제야 확인하신다.
내 이름도,
42년생 어르신의 존함도 호명되고
그제야 안심.
교재 소개 후,
교수님은 100분 수업을 20분 만에 마친다.
엇, 이러면 내 일정이 어긋나는데,
우우, 첫 번째 학식은 다음 기회로.
‘대학인과 글쓰기’
교재 구입을 위해
학생 회관네 구내서점으로,
헐, 여긴 별천지,
제2학생 회관엔
구내서점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문방구
심지어 이용원까지
80학번이었던 나.
때와는 참 다르구나
책과 필기도구를 사고
차로 돌아와 가방을 열어보니
장갑이 없다,
장갑 없이 산책하기엔 쌀쌀한 날씨,
1121호실, 1120호실, 구내서점, 문방구, 화장실,
장갑 찾아 3 만리,
그래도 없다,
첫날도 잊어버리고 자리에 놓고 온
머플러를 누군가 찾아주었는데,
이 깜빡하는 버릇은 나이 탓인가?
좀 슬프다.
10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라
첫 학식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병원행,
물리 치료 후
카센터에 차를 맡기고
단백질 보충을 위해
육개장 한 그릇
만 보를 채우기 위해 월명산 산책
거금 3 만원으로 말끔해진 차,
7개월 만에 목욕시켰네, 살짝 미안
노트북과 백팩을 챙겨
노아스 로스팅으로
눈치 보지 않고서도
누릴 수 있는 넓은 공간과
확 트인 전망,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커피값이 올랐네.
2월부터란다.
다음엔 황룡이나 중앙도서관으로
커피값도 아껴야 할
내 신분은
대학생,
새내기의 새 책,
대학인과 글쓰기를 대충 훑어보고
노트북을 켜
다음 뉴스 검색,
진중권 “삼일절 아닌 ’친일절‘, 尹 주위엔 극우꼴통들만 있어“
그래, 중권씨 계속 씹어주시길,
내 한때 진중권님의 열렬한 팬이었다가,
조국님을 향한 그의 말들에 분노해
그새끼라 칭했는데
尹을 씹어대면, 중권님이라 부를 것이요,
언젠가 학자로서의 진중권님이라 호명할 날을 기대해보는 나,
카페 창밖으로 봄이 왔나 봄
백색 소음으로 가득 찬 실내로
2023 LPGA 투어 골프 대회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생중계를 들여놓는다
특히나 이 경기에 강했던 믿고 보는 박인비는
출산 준비 중,
그녀의 호주 출신 캐디 브래드 비처(Brad Beecher)는
부산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미국인 대니얼 강의 캐디로 새 출발 했네,
진영. 효주. 인지, 혜진, 은희, 정은6,
우승은 습관이다, 파이팅, 효주, 진영!
다시 한번, 한국 낭자군의 분발을, 응원 모드!
3131 한길문고 인스타에서 뜬
”동화읽는어른모임“을 보고
수업이 없는 목요일이라서
냉큼 신청,
올해 목표 중 하나는
동화 은빛 여우와 붉은 늑대
공모전 출품 및 출간
나는 또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설렘!
검은 바이올린의 나머지 부분을 완결하고
독후감을 쓰고,
랭보의 시 몇 편을 필사한 후
장미공연장에서
동네 시네마 ’성적표의 김민영‘ 관람
23년, MZ세대들과의 융합이
나에게 숙제이기에
정희는 초대받은 민영의 집에서 절친인 듯 절친 아닌 절친 같은 민영과 잠시지만 함께 지내고서야 확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둘의 관계가 전과 같지 않고, 하버드에 간 수산나와 셋이 삼행시 클럽을 했던 고교 시절의 관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19살의 세상과 20살의 세상이 완전히 다르듯, 19살의 우정과 20살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정희와 민영의 20살 우정에 대한 영화이며, 그 우정이 조금씩 미묘하고 아슬아슬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독특한 리듬으로 담아낸 영화다.(2021년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 리뷰)
헐, 외계인들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
그러나 어딘지 야무지다
”그래, 우리 세대보다 현명해, 특히 Z세대들“
애써보자, 이해해보기로.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
정희가 매기는 성적표를 받은 민영이
정희의 그림 속 숲속
약초를 캐는 모습으로 등장하다니,
이건 무얼 상징하는 것일까?
자꾸만 머리속을 맴돈다.
장미공연장이 너무 추워
돌아오자마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
일찍 자리에 눕는다,
계속되는,
숲속 정희의 모습이 맴돈다.
자자, 자자, 자자, 일찍!
다행인 건
찾았다,
내 장갑,
백 팩 가장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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