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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2(시리즈로 쓸 예정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3. 8.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2(시리즈로 쓸 예정임)

 

 

저도 어린양 따위 해보고 싶네요.

징징거려보는 것, 남들처럼 그러고 싶은 날이에요.

머리가 지끈거리고

이 나이에 슬금슬금 두렵기도 하고요.

 

무슨 고관대작이 되자는 것도 아닌데

단지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택한 다시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라 수업들은

대체로 여유가 있지만

뭔 복잡한 일들이 그리 많은지,

 

Webex라는 화상 통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업을 시작해야 했던 서양 음악사 산책

얼마나 버벅거렸는지,

결국 과조교님을 통해 해결을 해야만 했고

음악과 사무실에 전화해

정말로 강의실에 안 가도 되냐고

묻고 또 확인하고.

 

 

어떤 수업 시간엔 강의 내내

스마트폰을 통해 자료를 찾아야 했는데

결국 한 시간 내내 손만 바빴을 뿐,

수업이 끝나고서야

옆 학생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었으며

 

eClass를 통해 수업자료와 정보를 얻고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니,

하루에도 몇 번씩

군산대포털을 들락거려야만 하고,

 

1층에서 423

거구의 몸으로 층계를 오르내리느라고

땀은 삐질삐질,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첨 알아 다행, ㅠㅠ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정신분석강의

그리스 3대 비극을 거론하며 시작한 수업은

그야말로 내 지적 허영에 불을 붙이며

다음 수업을 기다리게 했답니다.

 

철학의 본질은 철학함에 있는데 이 철학함이란 지속된 비판적 사고에서 비롯된

우리가 당면하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며,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성하고 변화시키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즐거운 논리 이야기 수업

 

 

그 밖에도 글쓰기 수업,

동양사상 입문,

특히 영어 2시간은

젊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그룹 활동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무엇보다도 영어로 하는 수업(물론 한국어 해설이 있는)이라 매력 만점,

 

이건 비밀이지만,

4년 후, 영어 실력에 대한 기대치를 적으라는 설문지엔

James SalterLight Years를 원어로 술술 읽기를 바란다는

은밀하면서도 턱없는 이 목표 설정을 어이할는지?

 

 

 

 

입학 일 주일 동안

내 루틴이 좀 달라졌죠.

아침 먹기와 점심 도시락 싸기

오전 수업이 많아 탄수화물이 필요했고

충분한 점심시간 확보가 어려워

차 안에서 점심 먹고 이를 닦아야만 했는데

금요일 즈음에 비로소 학식을 먹을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신기한 경험 하나,

 

아직 서먹한 강의실 분위기를 견디기 위해

강의를 기다리는 동안

줄곧 랭보의\ 서한집(위효정옮김, 읻다)을 틈틈이 읽고 있는데

월요일 집에 돌아오니

책이 없다,

또 깜빡 어딘가 흘렸으리라 속이 좀 쓰렸는데,

믿을 수 있을까,

수요일, 인문관 스터디 카페,

월요일 내가 앉았던 좌석의 책상 위에

펴놓은 페이지 그대로 놓여 있다니!

이틀 동안 내 책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누구도 알은 척을 하지 않았다니,

이제 더 애정해 줘야지!

 

 

일주일에 19시간 수업에 불과한데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는 일상들,

다음 주엔 철학과 1학기 개강 총회가 있다는데

어떤 에피소드가 기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