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첫번째 과제물을 완수하며/서양음악사 산책
과목: 서양 음악사 산책
과제:
본인이 좋아하는/들어본 클래식 음악이 있는 경우 그 작품과 자신의 경험을 서술한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생에 시비를 겁니다. 삶을 위협해요”
전경린<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중에>
늘 제 아침은 트윗에서 페이스북, 밴드나 블로그, 마지막 인스타를 살펴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죠. 지금은 더 이상 아니지만, 한때 전경린 작가의 문체에 반해 그녀의 작품들에 몰빵했던 때가 있었는데, 새삼 문학동네 트윗의 이 문구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답니다.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이 트윗은 잠깐이나마 제 삶을 되돌아보게 했죠.
전 늘 제 삶에 위협을 주는 사랑이란 놈에게서 도망치며 살았어요. 도망칠 겨를이 없었을 땐 결국 엄청난 댓가를 치루며 얼마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의 지경에 이르니, 제 성격이 뭐에 한 번 꽂히면 저돌적인 편이라. ㅎㅎㅎ 글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썩을 사랑으로부터 저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온몸에 몸살이 나고 통증이 잇몸에 몰려 며칠 동안 죽만 먹고 산 적도 있답니다. 이젠 더 이상 제 삶을 위협하는 사랑 따윈 이승의 소풍이 끝나는 날까지 제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 주문을 외워보는 시간이에요.
전경린 작가는 1990년대 이후 많은 연예 소설을 발표했고 그 소설들 중 상당수에 음악적인 배경을 삽입하죠. 특히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와 그노상스 같은 곡들은 그녀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작품 속 분위기를 제공하며 소설 속 문체와 더불어 달콤함과 지적 세련미를 증폭시켜 주는데, 제 경우엔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아주아주 열심히 그 음악들을 아니 들을 수 없었답니다.
사티의 음악은 언제나 음악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내 생에 반짝이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했죠. 마치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흠뻑 스며들어 헤맬 수밖에 없는, 사랑이란 이름의 중력을 가진, 안개의 바닷속 등대의 불빛처럼, 딴딴따따따라라라, 운명처럼 들려오는 사티의 리듬, 상승과 하강의 규칙성을 동반하며 내 심장이 가야 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라도 하듯.
지금은 주로 Jacques Loussier Trio, Herbie Mann & Bill Evans Trio, Yusef Lateef, 특히 Mal Waldron 같은 재즈 뮤지션들의 변주된 짐노페디를 즐겨 듣는데, 여전히 사티의 곡들은 내 인생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멜로디로 나를 부르는 것 같아요. 그 색채와 리듬과 깊이를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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