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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세계 시인선 필사책 - 밤을 채우는 감각들 - 에밀리 디킨슨편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1. 6.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민음사에서 세계시인선 필사 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의 출판에 앞서 체험단을 모집했답니다.

디킨슨, 페소아, 프루스트, 바이런의 작품을 직접 손으로 쓰는 경험을 바탕으로 SNS 및 온라인 서점 리뷰 작성하기...ㅎㅎ

 

체험단 50명 모집에 재미삼아 도전했더니... 책이 왔고. 어제부터 필사를 해봤답니다. 감상문은 필사가 모두 끝난 후에.

 

1

에밀리 디킨슨 고독은 잴 수 없는 것(강은교 옳김)

 

에밀리 디킨슨 1830 1886

 

19세기 미국 시인.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독신으로 살며 성경과 신화, 셰익스피어를 즐겨 읽었다. 같은 시기 영국의 크리스티나 로세티와 자주 비견되면, 거의 매일 시를 쓰며 2000편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지만, 세상에 발표한 작품은 일곱 편 정도에 그친다. 주로 슬픔과 죽음, 영원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1.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 -

 

2.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비친다.

     겨울 오후 -

     대사원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의

     무게와도 같이 짓누르며 -

 

     그것은 굉장히 상처를 주는데도 -

     상처 자국 하나 없어라.

     그러나 교감이 이는 내면에선

     천둥 같은 변화가 -.

 

     아무도 그것을 가르칠 순 없다 아무도 -

     그것은 봉인된 절망 -

     대기가 우리에게 건네준

     장엄한 고뇌 -

 

     그것이 올 때면, 그림자들은 숨을 멈추고 -

     풍경들은 귀 기울인다 -

     하나 그것이 사라질 때면 마치 죽음의

     얼굴 위에 누운 거리처럼 아득하여라.

 

3.  ()를 위해 난 죽었지

 

     미()를 위해 난 죽었지 허나

     무덤에 안장되자마자

     진실을 위해 죽은 이가

     이웃 무덤에 뉘어졌지 -

 

     그이는 소곤소곤 내게 물었지, 왜 죽었느냐고?

     “미를 위해.” 난 대답했지 -

     “나 역시 진실 때문에 그러나 이 들은 한 몸 -

     우린 형제로군.” 그이는 소리쳤네 -

 

     하여 밤길에 만난 동포들처럼 -

     우린 무덤 사이로 얘기했네 -

     이끼가 우리 입술에 닿을 때까지 -

 

4.  가슴은 우선 즐겁기를

 

     가슴은 우선 즐겁기를 바라지 -

     그리곤 고통의 회피를 -

     그리곤 기껏 아픔을 마비시키는

     몇 알 진통제들을 -

 

     그리곤 잠드는 것을 -

     그리곤 심판관의 뜻이라면

     죽을 자유를 -

 

5.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

 

     희맘이란 날개 달린 것.

     영혼의 횃대 위를 날아다니지,

     말없이 노래 부르며

     결코 멈추는 법 없이

 

     바람 속에서도 달콤하디달콤하게 들려오는 것,

     허나 폭풍은 쓰라리게 마련.

     작은 새들을 어쩔 줄 모르게 하지.

     그렇게도 따뜻한 것들을,

 

     차디찬 땅에서도 난 그 소리를 들었지,

     낯선 바다에서도,

     하지만, 궁지에 빠져도

     희망은 나를 조금도 보채지 않네.

 

6.  사라지며 더욱 아름답게

 

     사라지며 더욱 아름답게 낮이

     어둠에 잠기듯 -

     태양의 얼굴은 반쯤 -

     멈칫멈칫 떠나지 않으며 소멸하며 -

 

     다시 빛을 모으네, 죽어 가는 친구처럼 -

     찬란한 변신에 괴로운 채 -

     오직 더욱 어두워지게 하면서

     소멸하는 뚜렷한 얼굴로 -

 

7.  추억으로부터 우리 달아날 날개가 있다면

 

     추억으로부터 우리

     달아날 날개가 있다면

     무수히 날게 되리라.

     느리디느린 사물에 익숙해지며

     놀란 새들은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달아나고 있는 자들의

     움츠린 커다란 포장마차를

     빤히 바라보게 될 것을.

 

8.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행복할까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길 위에 홀로 뒹구는,

     성공을 걱정하지도 않으며

     위기를 결코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

     그의 코트는 자연의 갈색,

     우주가 지나가며 걸쳐 준 것

     태양처럼 자유로이

     결합하고 또는 홀로 빛나며,

     절대적인 신의 섭리를 지키며

     덧없이 꾸밈없이 -

 

9.  소멸의 권리란 분명

 

     소멸의 권리란 분명

     당연한 권리 -

     소멸하라, 그러면 우주는

     저쪽에서

     저의 검열관들을 모르고 있으리니 -

     그대 비록 죽을 수 없다 해도

     자연과 인류는 분명

     그대를 꼬치꼬치 검사하기 위해 기다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