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곡소개
애처롭게 세레나데를 부르는 매미 소리가 절정을 이룬 하루였어요.
창밖으로는 햇살이 가득한데
열어둔 창으로 스며드는 바람엔
수줍은 가을 조각들이 웃고 있었죠.
“바람에 포플러 잎들이 반짝이는 오후
바람 속에 담긴 가을 냄새“
라는 카톡(친구 경숙으로부터)을 받은 후에야
내가 가을이란 녀석을 맞이했구나,
빙긋 웃으며
한없이 가벼워지는 나를 느꼈어요.
마음은 비항상성이고,
여여하지 못함에 잠겨 있는데,
그 마음이 어느 찰나
세계의 낱낱과 함께 환하게 깨어난다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다.(장석주의 은유의 힘, 273쪽)라는 말들을 실감했던 순간이었죠.
아니 들을 수 없는 곡을 오늘 하루의 배경으로 두었답니다.
곡 “(In My) Solitude"는 1934년 Eddie DeLange와 Irving Mills의 가사에 Duke Ellington이 작곡한 곡이죠.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노래되고 녹음되는 재즈 스탠다드 곡이라 할 수 있는데요. 엘링턴은 20분 만에 녹음 스튜디오에서 작곡했다고 기록했는데, 그의 오케스트라가 녹음을 위해 세 곡을 가지고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다른 한 곡을 더 추가할 필요성이 있었대요.
엘링턴에 따르면, 제목은 트럼펫 연주자 Arthur Whetsel가 제안했다고 해요. AllMusic 작가는 "낙관적이지만 그 페이스가 침울하고 쓰라린 외로움과 사랑스러운 기억의 감정과 충돌했다"고 이 곡을 묘사했다죠.
첫 번째 녹음은 1934년 1월 10일 엘링턴에 의해 이뤄졌고 같은 해 9월부터 그의 두 번째 버전이 1935년 차트에서 2위에 올랐고 Mills Blue Rhythm Band(1930년대에 활동했던 미국 빅밴드)의 연주는 그 해 차트 8위에 올랐고 1934년과 1942년 사이에 적어도 28번 녹음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죠.
보컬리스트 Billie Holiday는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여러 번 노래를 녹음했는데, 그녀의 커리어 후반기에 페르소나로 인정될 만큼 그녀와의 매치가 아주 훌륭했고 그녀의 녹음 앨범 중 하나는 2021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이 추가 될 정도였으니 후대의 우리조차도 In My Solitude, 라는 인트로만 들어도 빌리가 연상될 만큼, 익숙해졌지요.
In my solitude
You haunt me
With memories Of days gone by
In my solitude
You taunt me
With memories
That never die
I sit in my chair
Filled with despair
There's no one could be so sad
With gloom everywhere
I sit, and I stare
I know that I'll soon go mad
In my solitude
I'm praying
Dear Lord above
Send back my love
내가 혼자 있을 때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나는 당신을 생각하죠.
내가 혼자 있을 때
절대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이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아요.
절망에 가득 차
의자에 앉아 있으면
세상어디에도 나만큼 슬픈 사람이 없을 거라는
우울한 생각들에 빠져들곤 하죠.
나는 앉아 곰곰이 생각하면
곧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죠.
내가 혼자 있을 때
난 기도해요.
하늘에 계신 신이여
내 사랑을 돌려주세요.(제가 임의로 한 번역이니, 알아서 이해하시길...)
1. 먼저 작곡자 엘링턴의 연주로 들어볼까요?
Duke Ellington with Charles Mingus and Max Roach의 1963년 레이블 United Artists에서 발매한 피아노 트리오의 명반 Money Jungle이에요.
Duke Ellington – piano
Charles Mingus – double bass
Max Roach – drums
https://youtu.be/yIo_OUzHC5o?list=PL4W_2s8dlY7kH2zsA5kkgF7XGp6UT0SCS
특히 엘링턴의 피아노는 Solitude한 분위기보다는 햇빛 가득한 5월, 야생화로 가득한 낮은 언덕에 찔레꽃 문양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꽂은 19살의 앳된 아가씨가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사뿐사뿐 뛰는 듯, 느리게 걷다가, 잠시 멈춰 꽃내음을 흡입하고 거기에 춤까지 추는, 때론 뭔가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는 화면을 연상시키지 않나요? 거기에 은근한 밍거스의 베이스는 엉큼한 두더지처럼 아가씨를 살짝살짝 곁눈질도 하며 가끔씩 심술궂게 아가씨의 발목 언저리를 맴돌아 아가씨를 놀래키기도 하공. 헐, 어느 새 스며든 드럼은 바람이 되어 아가씨의 원피스를 자꾸만 들어 올리려고 하고 있어요. ㅎㅎㅎ 에공, 잘 들 노시는구먼요. 참 부럽습니다.
이렇듯 음악을 들으며 상상을 하다보면 저절로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가 저를 행복하게 하네요.
2. 제가 좋아하는 보컬 Sathima Bea Benjamin과 엘링턴의 합작
1998년 레이블 ENJA RECORDS에서 A Morning in Paris이란 타이틀로 발매되었는데 사실은 1963년 레이블 Ekapa Records – S.A. 004의 녹음을 재 발매한 것이랍니다.
Bass – Johnny Gertze
Drums – Makaya Ntshoko
Violin [Pizzicato] – Svend Asmussen
Vocals – Sathima Bea Benjamin
Piano – Duke Ellington
https://youtu.be/j0Kz5t7t3c4
3. 정통 클래식 훈련을 받고 그 분야의 세계적인 마스터가 된 Thomas Quasthoff가 Deutsches Symphonie-Orchester Berlin 와 함께 잠깐 재즈 영역으로 나들이를 한 앨범
Thomas Quasthoff -– The Jazz Album (Watch What Happens) (2007년)
https://youtu.be/1kCvoJXnFwA
4. 이건 정말 오늘 저의 비장의 무기인데요. 유튜브 산책하다가 발견했죠.
처음 듣는 보컬에 기타리스트, 나중에 한 번 더 포스팅할게요.
1988년 10월 19일 (33세)에 태어난 미국 태생의 재즈 기타리스트 파스콸레 그라소 Pasquale Grasso의 2021년 9월 17일에 발매한 앨범 Pasquale Plays Duke인데요. 보컬 Samara Joy가 피쳐링했네요. 기타리스트뿐만 아니라, 보컬도 완전 새로 발견한 보석들 같아요.
https://youtu.be/nPv8yq88X24
https://youtu.be/nPv8yq88X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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