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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그대들을 춤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2. 8. 20.

#자랑질

참으로 긴 글이니, 스킵하실 분들은 음악 감상만 하시길)


[김은] [오전 9:29] 출근 첫날 죽다 살아났네. 일층이층 다니다보니 벌써 4000보. 유튜브반 수업 제키고 힘들어 누워있네. 한 달에 70만원 벌기가 어디 쉽겠냐만은. 정신노동보다 낫다고 자위하는 중. 새벽 5시에 나갔다 아침 9시 퇴근, 육체노동이라 몹시 배고픔. 나한테 상 줘야겠다. 점심에 요 근처에서 콩나물국밥이라도 사먹어야지.
[김은] [오전 9:31] 청소부와 철학도. 벌써 에세이 제목 나왔네 ㅎㅎ
[김은] [오전 9:31] 웃겨. 정말
[김은] [오전 9:32] 이렇게라도 위로해야징.

(친구 P)
오~
고귀한 육체노동 뒤
달콤한 휴식도..
재미나 그대~

[김은] [오전 9:34] 겨우 하루했는데 벌써 월급 믿고 150000원 질렀네.
[김은] [오전 9:36] 이다영 작가 jazz on stage 사진집.
[김은] [오전 9:38] 이 맛에 돈 버는 거 아니겠어? 사고 싶은 거 줄줄이 사탕처럼 열려있공.

(친구 R)
그 맛에 오늘도 불싸지른다.
진정한 질ler !!

[김은] [오전 9:38] 월급타면 쏠게.

(친구 R)
맘 아퍼 못 묵는다. 영양제나 질러라.

이번 수요일 아침 단톡방에 걸린 친구들과의 대화랍니다. 제가 일 년에 일, 이 개월을 제외한 10개월 가량을 혼자지냅니다. 고독사의 위험이 있으니 친구들과 단톡방을 개설해 서로의 안부를 묻죠. 일주일동안 잠잠하면, 내 침소로 달려오기 같은 일종의 암묵적 계약관계라고 할까요.

제 인생에서 후회되는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연애입니다. 80키로에 육박하는 몸매에 얼굴은 또 어떻고요? 고전 소설 박씨전의 박씨와 비견할, 평생 못생겼다는 콤플렉스를 무마키위해 삼킨 지적 허영이 오늘 날의 나를 만들었지만, 연애에 대한 갈증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공부, 목매달고 공부한 적이 없었던 것이 늘 후회된답니다.

내년에는 이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즉 공부와 연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철학과에 입학해 철학과 연애를 시작할, 23학번 대학 새내기가 되는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위의 청소부와 철학도(가제)라는 에세이집은 저의 상상물이고요.

그리고 이 대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며칠 전에 제 블로그에 올린 일상다반사를 발췌합니다.

40에 결혼이라는 것을 한 후,
20여년 가까이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해 생활하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유감없이 맛보았다.
재도전했던 영어학원마저
이런저런 사정으로 문을 닫고
빚더미에 올라앉다보니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육체노동을 택했고
그 뒷맛은 참으로 고달팠다.

노동에 단련되지 않았던
육체적인 문제도 물론 있었지만
나의 미숙함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동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스트레스로 몰리고
염증 수치가 올라가더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약을 투여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4년 만에
구내식당 조리원을 졸업할 수밖에 없었던 작년

실업급여를 받으며
쏠쏠한 재미도 맛보고
나이 탓, 건강 탓을 하며
비로소 60이 넘어
남편의 그늘 아래 앉아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

참 습관이란 게 무서운 게
편안하게 살아도
여전히 뭔가에 갈증이 나고
그것이
자아실현의 일종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
용솟음치는 것들을 그저 바라만 보는 요즈음이다.

지난 금요일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등록했던 워크넷에서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여사님, 아직도 구직 중이세요?”
“네. 많은 시간 말고, 3,4 시간, 빡센 노동은 안되고요.”
상담자가 웃으며 다음 문자를 보내왔다.

“오식도동 **공장,
사무실, 화장실 청소
월수금 네시간씩
급여 757,000
고령자 인재은행(워크넷)”

**공장을 검색해보니
집에서 차로 5분거리,
친구에게 전화했다.

“이렇고 저렇고, 나 이 일 해볼까?”
사실은 겁이 났다.
한 번도 청소일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야, 가시네. 너 글 쓰라고 기회 주는 거 같은데. 땀 흘리는 육체노동자의 경험도 모두 공부 아니냐? 글 쓸 소재!!!”

내심 말려주길 바라고 연락한 친구는 실실 웃으며
나를 갈구는 것인지, 격려하는 것인지?

“그럼, 한 번 도전해볼까? 하다 못하겠음 안한다고 하면 되지.”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아니 나는 벌써 월급일에 돌아올 나의 뻘짓을 위한 여분의 액수를 셈하고 있다.

첫 월급을 타면 기념으로 작년 텀블벅을 놓친
1. 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열린책들
품절되었으니 중고라도 사야지, 99,000원 혹은 250,000원

2. 이다영 작가의 사진집 Jazz On Stage – 요것도 텀블벅을 놓친 아쉬움으로...
3. 누군가 내 귀중한 김영갑 사진집을 가져갔다. 누구라고 짐작은 가지만 다시 사야겠다.
4. 해외 직구라도 해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집 사기

헐, 이런 계획을 세우다 보니 벌써 월급 날짜가 기다려진다. 다음 달, 그 다음 달도 무엇을 위해 750,000원을 낭비해야 할지 고민 없이 그려진다. 나의 뻘짓, 나의 소확행을 위한 여분의 경비는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자신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도 그것이 내 양심이라는 것이고, 어쩌면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걱정된다, 수요일 첫 출근, 새벽 5시에 출근해 오전 9시에 퇴근,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그리고 목요일, 첫 월급을 타기도 전에 질러버린 이다영 작가의 Jazz On Stage 사진집을 받았다. 질러놓고 기다린 며칠 동안은 설렘으로 뒤척거리기조차 했다면, 어떤 것에 대한 사랑에 목말라있는 아직도 이팔청춘, 막 삶이란 것에 다시 열정을 기울일, 수십 개의 얼굴을 가진, 그 중 몇 개는 드러내놓고 살고 있는 셈이다.

주로 4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재즈를 많이 들어왔던, 어쩌면 익숙한 모던 재즈 뮤지션들의 사진집을 가지고 싶었던 나였기에 이다영작가의 사진집 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설렜다. 어떤 뮤지션들로 사진집을 채웠을까?

지역적 한계를 드러낸, 주로 한국에서 공연을 펼쳤던 몇몇 뮤지션, 존 테일러, 띠에리 랑, 가브리엘 미라바시, 보보 스텐션, 존 맥러플린, 칙 코리아, 프레드 허쉬, 엔리꼬 삐에라눈치, 제프 발라드, 래리 그래나디어, 에스펜 에릭센과 같은 몇몇의 레전드들을 제외한 아직은 레전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뮤지션들 위주였지만, 사진 속 분위기만은 40, 50, 60년대 모던 시대를 이끌던 뮤지션들을 연상시킬만큼, 필 충만한 사진들이었다.

반가웠던 사진은 이로 란탈라, 팅벨 트리오와 토마스 스탠코의 후예들인 폴리쉬 그룹 Marcin Wasilewski 트리오였고 놀라웠던 사진은 노르마 윈스톤이었는데 더 깜놀은 Shin ya Fukumori 트리오의 Trygve Seim의 멋진 사진이었다.

이 사진집 속 뮤지션들 또한 한 세대를 통과하면 레전드의 반열을 장식할 인물들이라 생각하니, 최고예요, 라는 것을 꼭 누르고 싶은, 흐믓한 미소가 저절로 흘렀다. 작가의 노고와 예술혼, 그것들의 배경이 되어준 환경과 사람들, 박수라도 쳐야 되는 것이 아닐까?

반가웠던 사진 중에 특히 한국 1세대 재즈 뮤지션들인 전성식, 김수열, 임현수, 최선배, 김준, 이동기, 신관웅, 류복성 선생님들의 사진과 이들을 계승한 오종대, 이정식, 황호규, 민경인, 웅산등 이었으며 진짜진짜 아쉬웠던 것은 한국 재즈사에 언급되지 않으면 안 될, 보컬리스트 고 박성연 선생님의 사진이 없다는 것이고, 더 박수쳐야할 것은 한국 재즈사의 기록물이 될 앞으로의 작가 이다영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뵌 다면, 커피라도 한 잔 사드리고 싶다.

 

혹시라도 이 사진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재즈 공연 기획사 플러스히치님께 연락바랍니다. 02-941-1150



청소부로서 3일을 연짱 일했더니, 훈장처럼 입술에 물집이 생기고 어깨가 뻐근해 주말 내내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며 이 사진집을 감상했다. 물론 배경 음악을 빠뜨릴 수 없어 핑계삼아 포스팅을 하는 셈.


오늘의 재즈 곡인

The Shadow of Your Smile은

1965년 감독 Vincente Minnelli의 의해 만들어졌고 Elizabeth Taylor와 Richard Burton이 주연한 영화 The Sandpiper(우리나라에선 고백)의 주제곡으로 Paul Francis Webster의 가사에 Jonny Mandel이 곡을 붙였다. 영화는 서부 캘리포니아 해변을 배경으로 자유분방한 미혼모와 보수적인 성직자간의 불륜코드여서 별로이지만 그 격정적인 사랑만큼은 조금 부러운.

1965년 트럼펫터인 Jack Sheldon의 솔로로 영화에서 소개되었으며 후에 Tonny Bennett, Barbra Streisand, Shirly Bassey, Andy Williams, Perry Como, Frank Sinatra, Ella Fitzgerald, Astrud Gilberto등 많은 가수들에 의해서 불리웠으며 Herb Alpert & the Tijuana Brass, Eddie Harris, Bill Evans, Wes Mongomery, Oscar Peterson등 수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녹음 되었다.

서로 다른 버전들을 비교해서 감상해보면 재미 또한 쏠쏠하겠다.

The shadow of your smile
When you have gone
Will color all my dreams
and light the dawn

당신 미소 속의 그림자는
당신이 떠난 뒤에도
나의 꿈들을
채색해 줄 것입니다.

Look into my eyes my love and see
All the lovely things you are to me
Our wistful little star was far too high
A teardrop kissed your lips and so did I

나의 눈동자를 보세요 그리고 알아 주세요.
당신은 내게 있어서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높은 하늘에 쓸쓸해 보이는 작은 별
나의 눈물로 젖은 당신의 입술

 

Now when I remember spring
All the joys that love can bring
I will be remembering
The shadow of your smile

내가 지금 사랑의 기쁨이었던
봄을 회상할 때면
당신의 미소가 깃든
그림자를 생각하겠지요


Now when I remember spring
All the joys that love can bring
I will be remembering
The shadow of your smile

내가 지금 사랑의 기쁨이었던
봄을 회상할 때면
당신의 미소가 깃든
그림자를 생각하겠지요.


내 최애하는 버전은 역시 첫사랑이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소름이 기억나 잠깐 웃으며..

1.
Lou Rawls - The Shadow Of Your Smile

Lou Rawls: vocals;
Tommy Strode: piano;
Herb Ellis: guitar;
Jimmy Bond: bass;
Earl Palmer: drums.

https://youtu.be/_Il4gNHiaa0


2.
Sarah Vaughan ft The Bob James Trio - The Shadow Of Your Smile (Live from Sweden) 1967

Sarah Vaughan(vocal),
Bob James (piano),
Herbie Mickman (bass),
Omar Clay (drums)

https://youtu.be/Qcr99JAPuU8



3.
Dexter Gordon Quartet ~ The Shadow Of Your Smile

Dexter Gordon - tenor saxophone
Kenny Drew - piano
Niels-Henning Ørsted Pedersen - bass
Art Taylor - drums


https://youtu.be/CkL95TTrrRg?list=OLAK5uy_mDvL7cdDtiNOxSIEzpp1QDUYSYjff-tn8



4.Gerry Mulligan ;The Shadow Of Your Smile(1965)

Baritone Saxophone – Gerry Mulligan
Bass – Harry Franklin
Drums – Mike Carvin
Piano – Hampton Hawes
Notes
Recorded live in Frankfurt, 1965.

https://youtu.be/SrXGeuVM3Z


더 덧붙이고 싶은 분께선 댓글로...


그리고 마지막, 화룡정점

(친구 P)
서쪽 바람이 사정 없이
나뭇잎을 춤추게 한다.
나를 춤추게 했던 게 있었나?
나는 춤을 출 수 있었을까?
춤출 맘이 있었나?
나는?

(친구 K)
그럼,
우리 **의 신나는 시간들을 찾아내자,
보물 찾기,
어렵게 구해야 귀하지.

(김은)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다.
분명.
습기 머금은 바람도 상쾌한 날,
우리 모두 행복하자....
 
 

그대들을 춤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잠시 궁금도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