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산은 군산시 옥구읍 옥산면 옥산저수지를 끼고 도는 해발 115m되는 산입니다.
주말이면 청암산자락은 지곡동 우리 아파트 앞까지 나를 데리러 옵니다 .
처음 청암산에 오르려고 친구를 따라 갔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숨이차고 두시간을 넘게 돌아야한다는 생각이 나를 망설이게했나 봅니다.
그뒤 청암산에 오르는 날 남편을 앞 세웠습니다.
남편은 날 기다려 줘도 편안한 상대 이기때문 입니다.
옥산저수지 둑을 따라 두갈래의 길이 나타납니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처음부터 숨을 가쁘게하는 가파른 고개를 몇 고비를 넘겨야 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오솔길처럼 낮으막한 길들을 맞이하며 산책하는 기분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어차피 같은 길을 한바퀴 돌아야하는 것이기에 어느쪽을 선택하든 똑 같습니다만
나는 험한 고개를 먼저타야 하는 오른쪽 길로 들어섭니다.
탁트여 시원스레 펼쳐진 옥산 저수지를 가르는 바람결에 둑앞에 펼쳐진 억새밭이 수런거립니다.
저 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느낌으로 구월의 바람결을 맞고 있을까?고 생각의 끝자락을 쥐다보면
바로 앞에 턱 산의 시작점이 나타납니다,
쉬이 쉬이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산고개로 접어 들면 까다만 산밤껍데기들이 이리 저리 뒹글고 있습니다.
아마 아직 덜 여문 것들이 바람에 떨어졌는데 등산객들이 재미삼아 발로 짖이겨 버린 것들일 것입니다.
도토리들도 만나고 모싯대, 맥문동, 인동덩쿨들이 사박사박 등산객들을 맞이합니다.
한고개 두고개 세고개쯤 힘겹게 오르내리면 간혹쉬어가라는 의자도 있는데 멈추지 않습니다.
남보다 천천히 쉭쉭 가뿐숨을 내 쉬며 거북이마냥 앞만 보고 오릅니다.
간혹가다 MTB를 타는 사람들을 만나 살짝 엉덩이를 틀어주기도 합니다.
고개 고비마다 평탄한 길 또한 만납니다. 아마 바람결에 땀을 식히라는 산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평탄한 길을 걷다보면 산자락끝의 마을들에서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 송아지 우는 소리, 경운기소리 등등이 산에서 쉬고 있는 이름모를 새들의 소리와 어울려 생활의 음악을 들려줍니다.
적막강산이 아니어서 좋습니다.
아마 청암산의 매력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인접해 있어
생활의 소리들을 먹고 살아가는 산이라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면서 걷다보면
중간 중간에 선택해야한 하는 오솔길들을 만나곤 합니다.
아마 이쪽 저쪽 동네로 내려갈 수 있는 길들일 것입니다.
한번은 이 길로도 가보다가 또 다른 길로도 가보다가 서너번을 오르내리니
이제 어느길로 가야 할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쉬엄쉬엄 가다보면 또 새털이 뽑혀져 이곳 저곳 흩어져 있는 풍경도 만남니다.
삵쾡이 같은 동물들도 사나 봅니다. 또아리 튼 뱀도 만나고 청솔모 , 다람쥐들 또한 이 산의 주인들입니다.
아마 내가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숱한 놈들이 이 산에 거주하며 생활하리라 짐작이 됩니다.
자주 오르다보면 그 놈들 하나 하나를 만나는 행운도 가지게 될것입니다.
땀이 식고 이제 다리도 편안해지고 약간 지루할 무렵이 되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옵니다.
산을 내려오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들도 만남니다.
이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어쩜 내 인생을 사는 방법과 같구나.
좀더 쉬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길목에서 난 어려운 쪽을 선택하며 살았습니다.
그것이 더 깊은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어차피 종점은 같것만 먼저 힘든 길을 택하게 되면
나중에 덜 힘든길을 갈수있으리란 희망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산에서 만나는 수많은 나무들 꽃들 풀들 또 동물들조차도
삶의 행로를 따르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어느 것들은 내 눈에 띠어 가슴에 머물고 또 어느 것들은 발걸음에 실려가 사라집니다.
남들은 시간반이면 오르내리는 산을 나는 두시간 반이 족히 걸립니다.
쉬지 않고 걷것만 바짝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앞에 많이 가야할 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쪽 길로 갈까 저쪽 길로 갈까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이쪽 저쪽 헷갈려 헤메곤 했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느릿 느릿 찾아나섭니다.
헤메는 길도 나름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쉬어야 할 필요도 있는 데 멈추지 않고 걷는 것은
멈추면 또 아예 주저 앉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종내는 억지로 지치고 힘들어서 산을 내려와야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청암산을 오르내리면서 나는 내 인생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청춘의 힘든 고비들을 넘고 또 돌아 큰 눈비만 없다면
이젠 잦아드는 숲의 바람길처럼 분명 내 길은 작고 오롯한 길들만 남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청암산 자락은 사람사는 동네까지 내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먹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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