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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Chet Baker Featuring Van Morrison ‎– Live At Ronnie Scott's London(1987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0. 12. 5.

#재즈앨범소개




주말 없는 11월의
육체노동 뒤끝이라
손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의 근육이
자근거렸죠.

오늘은 뭔가
제 자신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야겠다고
나선 산책길...

초겨울의 햇살은

바다 위로 쏟아져내려

은빛 물결을 이루더군요.

마치 하잘 것 없는

제 일상에 내리는 축복처럼

 

 

 

  •  



사부작사부작

빛바랜 산국과
검은 색을 띠어가는 오리나무와
빨갛게 익어가는 청미래 덩굴의 열매에 눈길을 주며
제 색깔과 향기로 소멸해가는 것들에 대한 감동을
제 자신의 삶과 대비해가며
그래, 이 만하면 잘 살았고
또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거야,

조근조근
제 자신을 위로했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응항 수산시장에 들러
제철인 방어와 연어와 굴 한 봉으로
저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

  •  


집에 돌아와
가지런히 접시에 담고
값싼 와인이지만
멋도 맛도 떨어지지 않는
산타 리타, 120 메를로로
잔을 채웠는데..


I've been searching a long time For someone exactly like you I've been travelling all around the world Waiting for you to come...

기억하시나요?

록 뮤지션 밴 모리슨의 Someone Like You를 읊조리며
80킬로가 넘는 제가
한 손에 와인을 들고
한 손으론 제 볼을 감싸며
음악의 리듬에 맞춰

슬로우 슬로우
스텝을 밟고 있더란 말입니다.

계속해서
I'll Take Care of You,
Reminds Me of You...
한 잔 술이
두 잔이 되고
석 잔이 되고...


재즈 밴드에서 웬 밴 모리슨
궁금하시죠?

오늘 소개할 앨범 때문인데요.

1988년 5월 13일 새벽 세 시 쯤 한 행인이 암스텔담의 한 호텔 앞에서 피투성이채로 죽어있는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게 되죠. 출동한 경찰은 시체의 얼굴이 심하게 손상되었고 호텔 방의 창문을 지탱하고 있던 빗장이 같이 떨어져 있던 것으로 볼 때, 투숙객이 창문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추정했는데 트럼펫을 소지하고 있는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동료들은 시체 공시소로 가서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 남자가 실수로 떨어져 죽은 것인지, 아니면 자살한 것인지, 또는 누군가가 고의로 떨어뜨려 살해한 것인지를 놓고 수많은 음모론이 나왔다고 하죠. 하지만 타인의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마약에 취한 남자가 실수로 실족사했거나 혹은 자살한 것 같다고 브리핑을 했는데 그의 나이 59세, 바로 오늘의 주인공 쳇 베이커였죠.

오늘의 앨범은 저도 처음 접했는데요. 헉, 아일랜드의 록스타 밴 모리슨과 영화 노팅힐에서 She를 부른 엘비스 코스텔로가 피처링 되어 있네요. 깜놀 깜놀...

이 앨범은 2001년 디비디로도 제작되었는데요.

사망 2년 전 쳇 베이커는 런던의 로니 스캇 클럽에서 피아노에 Michel Grailler, 베이스에 Riccardo del Fra를 동반해 연주하게 되는데요. 록스타였지만 여전히 재즈와 블루스 음악을 넘나들었던 밴 모리슨은 베이커에 심취되어 베이커의 게스트로 “Send in the Clowns” 한 트랙을 부르게 되죠.

헐, 밴 모리슨 얼마만인가?

저도 한 때 주구장창 그의 보컬에 심취해 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

잠시 젊은 시절의 저로...
베네치아의 뒷 골목을 누비던...


마침 아침나절 라바를 들으며 제 젊은 한 시절을 소환해봤는데 오늘은 이래저래, 참으로 별스런 날이 되었답니다.



바로 음악을 통해서 말이죠.

유튜브에 올려진 오늘의 앨범 영상을 보면 인터뷰하는 쳇 베이커의 말년의 모습이 쓸쓸하기는 하지만 그의 혼과 보컬의 음색은 여전히 뷰티플에 우수어린 서정성을 유감없이 들려주는데요. 밴 모리슨의 목소리에 젊은 시절을 반추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코스텔로의 아마추어 같은 보컬, 특히 You Don't Know What Love Is를 들으며 실실, 웃음이 스며 나왔답니다.

술에 취한 것인지, 음악에 취한 것인지...




Chet Baker Featuring Van Morrison ‎– Live At Ronnie Scott's London

레이블: Hendring Wadham ‎– WHCD003
녹음일: 1986년 6월 6일 영국 런던의 Ronnie Scott's Club,
발매일: 1987년
길이: 58:00
스타일: Cool Jazz

트랙 목록
1. Ellen David 4:49
2. Just Friends 4:44
3. Shifting Down 5:44
4. Send In The Clowns (vocal - Van Morrison) 3:42
5. If I Should Lose You 5:53
6. My Ideal 5:45
7. Love For Sale 9:45
8. The Very Thought Of You (vocal - Elvis Costello) 3:00
9. You Don't Know What Love Is (vocal - Elvis Costello)
10. I'm A Fool To Want You (vocal - Elvis Costello) 8:44


크레딧
Bass – Riccardo del Fra
Piano – Michel Grailler*
Trumpet, Vocals – Chet Baker


풀 앨범입니다.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https://youtu.be/lTDrUzUUg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