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노동에 피곤한 일상,
설렘이 없는 지루한 시간들,
이리 저리 둘러봐도
도무지 꽉 막힌 삶의 수레바퀴를 탈출할 묘한 방법이 없을 때,
가끔씩 무모한 탈출을 꿈꾸기도 하지만
늘
제자리로의 귀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삶을, 세상을 사랑하고자 한다.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해
마른 가슴을 채워줄 음악을 들으며,
자판을 두드리고
눈을 비비며 책을 읽는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 세상이구나,
진한 위로를 건네는 말들을 마주하며
잠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어쩐지, “우리의 삶”이 애틋해지고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그래 우리는 모두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세상을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너와 나, 우리 모두.“
글을 쓸 때(혹은 일상을 살아갈 때) 홀로 먼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손에 뭔가 닿은 것처럼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감히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말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금 주먹을 꽉 쥔 채 이 사소한 온기를 껴안을 수밖에 없다. 내 삶을,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단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오롯이 나로서 이 삶을 살아내기 위해.(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 연작소설 속 작가의 말)
박상영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두번째 소설집이자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펴냈다. 2019년 「우럭 한점 우주의 맛」으로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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