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와 그림자.
삶의 이면...
은 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어느 날 찻집에 앉아 휴대폰으로 촬영한 도시의 모습...
호퍼의 그림처럼 인상적인 컷이지만,
촬영지의 실체는 지저분한 도시 변두리...
2008년 노벨 문학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순수문학과 대중 문학의 차이를 질문과 대답에서 찾는다고 한다.
즉 순수문학은 옳고 그름을 넘어서 그 시대의 아픔과 문제를 잡아내어 독자에게 질문을 하며 고민거리를 안겨 주고 대중문학과 대중예술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며 마음을 풀어 준다는 것인데, 그 차이를 무 자르듯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취향은 재미보다는 보다 문학적인 문체와 여백과 동시에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스토리텔링이 좋은, 순수문학적 작품들에 끌리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특히 일본 문학상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보다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에 더 점수를 주는 편이라고나 할까?
지금까지 읽었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들에대한 경험으로 제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2017년 5월 일본 문예지 「분가쿠카이」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같은 작품으로 제15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누마타 신스케의 소설 '영리影裏'를 탐독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전후로 삶이 변화된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주인공 '나'의 회상과 독백이 파편처럼 배치된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이와테로 전근 온 ‘나’가 ‘히아사’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함께 낚시를 가며 새로운 거주지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는 과정을 그렸고, 2장에서는 퇴사한 히아사와 재회하고 낚시를 가는 모습과 전근을 오기 전에 헤어진 옛 연인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나’의 또 다른 모습이 그려지며 3장에서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행방불명 상태인 히아사의 행방을 찾다가 그의 아버지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히아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100페이지에 이르지 못하는 경장편 소설의 내용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보다는 큰 울림이 덜했고 문체적인 면에서는 그리 매력을 끌지 못했지만 아마도 일본인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소소한 울림, “대단히 우수한 마이너리티 문학이다.”라는 심사평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아쿠타가와상의 취지에 맞는 사회적 루저들의 소소한 일상과, 배경이 된 이와테의 자연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동일본 대지진이 초래한 사회적 변화점들을 이야기의 소재로 삶아 독자에게 “삶”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구성된 잔잔한 스토리텔링의 묘미가 아닐까한다.
제목 '영리影裏'는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는 뜻의 전광영리참춘풍(電光影裏斬春風, 인생은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발췌한 것으로, 작가가 일본인들도 추상적인 이미지밖에 떠올리지 못할 이 말을 제목으로 결정한 이유는 '그림자(影)'와 '이면(裏)'이라는 글자가 가진, 무엇인가에 가려져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데, 한 인간의 삶의 뒷면에 서린 이질적인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내는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마타 신스케 (沼田眞佑)
1978년 홋카이도 오타루 시에서 태어나 후쿠오카 현에서 자랐다. 세이난가쿠인대학교 상학부를 졸업한 후 후쿠오카에서 학원 강사 일을 했으며, 지금은 이와테 현 모리오카 시에 거주하고 있다. 2017년 소설 『영리(影裏: 그림자의 뒤편)』로 제122회 《분가쿠카이》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같은 해에 같은 작품으로 제15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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