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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설렘, 기쁨, 기대와 숙제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8. 2. 22.





"나는 선생의 계좌에 입금하기 시작 할 겁니다. 하지만 돈이 아니라 인맥을 입금 합니다. 선생은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선생을 위해 필요한 섭외를 돕기도 할 겁니다. 물론 모두 합법적인 일들입니다. 그 대가로 내가 선생께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선생께서는 내게 빚지고 있다는 걸 아시겠지요.“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 오 자히르속에 나오는 호의 은행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입니다. 내가 타인에게 혹은 타인이 나에게 베푸는 호의는 돈처럼 은행에 차곡차곡 쌓여서 저축이 되기도 하고 때론 갚아야하는 상황도 도래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상대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호의에 굳이 빚이나, 대가라는 개념을 연결시키는 것은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여하튼 우리는 살아가며 마음을 다해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고, 또 누군가의 호의를 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겠지요.

 

서두가 길어졌지만, 요즈음 제 삶이 호의 은행에서 지나친 대출을 받는 것은 아닌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난 언제 이 많은 대출을 갚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기도 한단 말입니다.

 

15년 가까이 쓰던 노트북의 액정이 깨졌는데 액정을 바꾸려면 158,000원을 투자해야했지요. 지나치게 오래 사용한 것이라 시시때때로 잼이 걸리고 속도가 느려 제 인내의 한계를 몇 번이나 타고 넘어야했던 것이라 액정을 새로 바꾸는 일을 포기하고 중고나마 노트북을 하나 사야겠다고 알아보는 중에 몇 년을 함께 독서모임을 하던 지인이 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하더란 말입니다.

 

제가 선물할게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그 마음을 받아들였답니다. 약간 결벽증이 있어서 남의 호의에 선뜩 손을 내미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은 형편도 있고 무엇보다 컴이 없는 제 일상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단 말입니다. 써야할 글도 있고.

이렇게 해서 저에게 새로운 노트북이 도착했답니다. 새로운 노트북과의 만남에 대한 설렘은 따뜻한 봄을 기다리듯 간절하기도 때론 좋은 작품을 써야겠다는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지요. 이렇게 해서 도착한 새로운 노트북, 어찌나 똘망 똘망 귀엽기도 하고 야무져 보이기도 하는지요!

 

이제 저는 무엇으로 이 호의를 갚아야 할지요. 제 숙제이지만, 기꺼이 제 색깔에 맞춰, 제 능력에 맞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