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알스 밍거스
오늘은 시시한 제 연애사 한 번 풀어볼까요? ㅎㅎ. 관심 없는 분은 패스!
"나마스떼"
남자가 엉거주춤 자리를 잡고 제 맞은편에 앉았죠. 그러니까, 89년 쯤. 6개월 정도 한국말을 하지 못해 한국말이 무척 고팠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우연히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시한 한국말로 나불거리던 그를 만났지요. 썸, 이라도 탔던 것일까, 일주일에 한 번쯤 얼굴을 뵈던 그가 한 동안 안 보였어요. 처음에는 이건 뭔가, 생각하다가, 이건 뭘까, 그러다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딱히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차라 그저 하루에 한 번은 꼭 맥도날드 매장에 앉아 뻐끔거리며 하염없이 출입문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죠.
그가 나타났어요. 3달여 만에 온통 상머슴이 되어. 가슴이 떨려 대답도 못하고 앉아있는데 남자는 주섬주섬 거적처럼 생긴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선물이라며 툭 탁자에 내려놓는 거예요.
"이거, 제일 비싼 티 야."
헐, 눈물이 찔끔 나던 차에 픽 웃음이 함께 나왔어요. 야속함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삶과 죽음이 한 곳에 있더라."
남자는 3개월에 걸친 히말라야와 인도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무용담처럼 주절거렸어요. 갠지스 강가에서 보았던 장면을 자세히도 나열하며 남자의 눈은 불꽃처럼 반짝이더군요. 그때 알았어요. 이런 남자하고는 절대 연애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바람인 남자였어요. 가끔씩 스콜을 동반한. 어찌했던 전 그 남자를 피해 다른 나라로 튀었드랬지요. 그리고 6개월쯤 지나니, 보고 싶어 제가 먼저 연락을 하고 말았어요. 그저 친구니깐, 이라고 핑계 대며. 왔더라고요. 그곳까지. 그러면서 저를 꼬여, 비즈네스를 하자고요. 그렇게 얽혀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 남자의 결혼을 지켜봤고, 예쁜 그의 아내를 동생처럼 보살폈어요. 이런 남자와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소주 3병쯤 마시고 2층 철재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온통 멍투성인 몸을 다음 날 확인하며. 한 참 뒤, 그는 제 인생을 망치고 있더라고요. 카지노에 손을 대던 남자는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전 탈탈 털리고 한국으로 도망쳐왔어요. 비행기 삯도 없어 가재도구를 팔아. 이 남자와 더 이상 얽히면 제 인생 끝장날 것 같았거든요. 5년쯤 뒤, 그의 이혼 소식을 들었고, 하소연하던 그의 아내의 눈물을 위로해야만 했어요. 그렇게 소식이 끊긴지 또 10여년이 지났을까요? 사망 소식이 들렸어요. 방콕에서 마피아의 손에 당한 것 같았다고. 아마 인력 수출 건 때문이었다나, 어쨌다나. 푸켓 바닷가에 뿌려달라고 해서, 가족들이 다녀왔다고.
그리고 작년, 그의 와이프였던 그녀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에 있단 소식을 듣고 달려갔지요. 절 친 언니처럼 따르던 아이가 절 못 알아보고, 아이처럼 멍하니 쳐다만 보더군요. 얼마나 울었던지. 너무 가슴 아파 요양원에 간 걸 후회했어요. 인생이 뭔가. 참으로 모르겠더군요.
사실은 며칠 전부터 차알스 밍거스 포스팅 해볼까,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멕시코에서 사망한 밍거스가 갠지스 강가에 뿌려졌다는 이야기를 읽고서 잊은 줄로만 알았던 제 젊은 날의 한 때가 되새김질되며 좀, 몸살기가 있었답니다.
현재 속에는 늘 과거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며 우리의 인생을 어디론가 끌고 가는 것 같지요. 그리고 무엇인가가 되어가고 있겠죠. 그 무엇이 무엇일까요?
Let My Children Hear Music은 프로듀서인 Teo Macero에 의해 1972년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발매한, 300여 편 이상의 곡을 작곡하고 100여개의 앨범을 레코딩 한, 재즈의 아방가르드이며 임프로비제이션의 왕, Charles Mingus의 작곡의 앨범이랍니다. 이 곡은 큰 규모의 jazz orchestra 를 동원하여 몇 명의 편곡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 Sy Johnson와 Alan Raph와 같은 유명한 지휘자에 의해 야심찬 작품으로 탄생했답니다. 밍거스 자신도 작곡 노트에서 자신이 만든 작품 중에 최고라고 언급했다고 하네요.
Track listing
The Shoes of the Fisherman's Wife Are Some Jiveass Slippers 00:00
Adagio ma non troppo 09:38
Don't Be Afraid, the Clown's Afraid Too 18:06
Taurus in the Arena of Life 27:35
Hobo Ho 31:56
The Chill of Death 42:08
The I of Hurricane Sue 49:49
All tracks composed by Charles Mingus.
Personnel (Soloists only)
Lonnie Hillyer - trumpet
Julius Watkins - French horn
Bobby Jones - tenor saxophone
Joe Wilder - trumpet
Charles McCracken - cello
Charles McPherson - alto saxophone
James Moody - tenor saxophone
Sir Roland Hanna - piano
Snooky Young - lead trumpet throughout
이 앨범 중에 오늘 링크할 곡은 Adagio ma non troppo
Charles Mingus - Adagio ma Non Troppo - YouTube
http://me2.do/xs1Disdj
어떠셨나요? 저는 이 곡을 듣고 다음과 같은 감상노트를 썼답니다.
<감상노트>
아다지오 마논 트로프 Adagio ma non troppo/느리고 장중하나 지나치지 않게
날 선 2월의 밤바람은 느리기만 합니다. 강 건너 형형색색 네온을 품은 도시의 불빛은 쉼 없이 점멸합니다. 멀리 어두운 바다 위로 고기잡이배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입니다. 이른 밤 살아있는 것들은 아직 잠들지 못합니다. 움츠리고만 있었던 촉수들은 서로를 더듬기 위해 날을 세웁니다. 그렇게 잠들 수 없는 것들은 서로를 더듬으며 삶을 견뎌야 한다지요. 굽은 어깨를 구부리고 어둠 속에 앉아있는 당신에게 다가섭니다. 기척을 내어도 당신은 자신을 고수합니다. 아무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런 모습에 가슴이 찡해옵니다. 잠시 머뭇거립니다. 혼자 있고자 하는 시간이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제가 지치지 않았으면 더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신을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자세에 상관없이 슬그머니 당신 옆에 앉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시선을 쫓습니다. 끄억, 끄억 당신의 울음소리가 노래가 되어 갑니다. 어린 아이처럼 당신의 굽은 등이 오르락내리락 리듬을 탑니다. 가만 시공간을 초월해, 제 손으로 당신의 등을 쓸어내립니다. 당신의 등과 제 손바닥 사이에 미세한 열기가 발합니다. 더 바짝 당신의 등 가까이로 엉덩이를 붙입니다. 이제 온 팔로 당신의 등을 문지릅니다. 울음은 점점 깊어갑니다. 당신의 울음은 밤바람에 쓸려 어디론가 가고 있었겠지요. 그리고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만든 울음이 작은 위로가 되어 당신과 저, 아니 우리 사이에 다리를 만듭니다. 이제 당신의 울음은 그쳤지만 저는 당신을 대신해 소리 없는 눈물을 만듭니다. 지치고 고통에 찬 눈물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을 만나 기쁘고, 당신의 눈물로 인해 우리가, 위로를 받아 감사한 눈물입니다.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당신의 등이 따뜻해오고 저는 졸음이 몰려옵니다. 어디 선가 나지막이 당신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시시때때로 저는 당신을 떠올리며 제 가슴 속 뜨거운 불꽃들을 절대 꺼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밍거스의 유일한 피아노 솔로 앨범, 1963년 임펄스에서 발매한 Mingus Plays Piano 링크할게요. 작곡자, 베이스 주자도 아닌 피아니스트인 밍거스, 불꽃같은, 혹은 화산과 같았던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음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저 감탄사 밖에! 헐, 목소리가 들어 있어요.
Track listing
1. Myself When I Am Real 00:00
2. I Can't Get Started (Vernon Duke, Ira Gershwin) 07:38
3. Body And Soul (Frank Eyton, Johnny Green, Edward Heyman, Robert Sour) 11:21
4. Roland Kirk's Message 15:56
5. Memories Of You (Eubie Blake, Andy Razaf) 18:39
6. She's Just A Popular Hybrid 23:18
7. Orange Was The Color Of Her Dress; Then Silk Blues 26:30
8. Meditations For Moses 30:46
9. Old Portrait 34:28
10.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 (George Bassman, Ned Washington) 38:16
11. Compositional Theme Story...Medleys, Anthems And Folklore 42:03
Bob Thiele - producer, photography
Michael Cuscuna - reissue producer
Bob Simpson - engineer
Erick Labson - digital remastering
Nat Hentoff - liner notes
Victor Kalin - cover painting
Hollis King - art direction, design
Joe Lebow - liner design
Lee Tanner - photography
Charles Mingus - Mingus Plays Piano (full album) (1080p) - YouTube
저, 오늘 밴친님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요. 외람되지만.
당신의 가슴 속 불꽃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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