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Postino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J5fVE3qEDlE"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매섭게 몰아치는 마른바람 소리에 깬 새벽,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 주세요."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네루다와 마리오의 대화가 귓전에 뱅뱅 맴돌고요. 어떻게 시인이 되었냐고 묻는 마리오에게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감상해보면 은유를 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는 네루다와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영화 속 마리오는 이태리의 작은 섬의 놈팽이였지만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만남으로써 네루다만을 위한 우편 배달부가 되어 자신 안에 내재되어있던 자아를 하나씩 깨달으며 성장해 갑니다. 마리오의 가장 큰 장점인 순수성과 실천력은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고 결국 시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진리라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이끌어가죠. 그것이 비록 비극적 결말로 치닫지만 그의 삶을 훔쳐보는 저는 잠시 멈춰 제 앞의 삶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러려니, 어느 사이 시칠리아 에오리아 제도의 살리나 섬, 마시모 트로이시 로드의 절벽 위에 버티고 있는 카페 ‘일 포스티노’에서 베아트리체 루쏘의 손녀 딸 쯤으로 보이는 미인이 가져다주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물고 카페의 테라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지중해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 위에 한가롭게 떠 있는 몇 몇의 요트들,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섬의 단층 절벽들, 가히 천상의 풍경이라 일컬을 수 있는 눈앞의 것들을 배경으로 연신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릴 미래의 저를 만납니다.
상상만으로도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가지만 또한 이 상상만큼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꿈을 꾸며 고뇌하는 하루하루의 삶이 버거울지라도 그 버거움을 잠시 위로해주는 것들, 커피와 술, 음악, 영화. 아니 그 무엇보다도 사. 람. 들……과거와 현재와 미래 속에 공존했던, 하고 있는, 할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게도 됩니다.
그리고 이제 한 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야하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망설이며 자리를 털지 못하는 저를 비롯한 이 글을 접하는 모든 분들에게 음악으로 대신 토닥토닥!!!
1996년 개봉한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영화 ‘일 포스티노(우편 배달부)’의 주제곡은 아르헨티나 태생인 음악감독 Luis Bacalov (1933년)에 의해 작곡되어 영화와 함께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곡 Il Postino는 많은 성악가나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녹음되었지만 오늘은 Tommaso-Rava Quartet의 앨범 ‘La dolce vita’ 속에 들어있는 것으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앨범 ‘La dolce vita’는 2005년 레이블 Cam Jazz를 통해 녹음 발매 되었으며 우리와 친숙한 이태리 영화의 주제곡들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Enrico Rava - trumpet, flugelhorn
Stefano Bollani - piano
Giovanni Tommaso - contrabass
Roberto Gatto - drums
1. Profumo Di Donna (여인의 향기)
2. Mondo Cane (몬도 가네)
3. Cinema Moderno
4. Ammazzare Il Tempo (킬링 타임)
5. Il Sogno Di Hitchcock
6. 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
7. Il Postino (일 포스티노/우편 배달부)
8. L'avventura (정사)
9. Il Prato (더 메도우)
10. La Prima Volta (물 위의 하룻밤)
11. Cronaca Familiare (가족일기)
Giovanni Tommaso의 베이스 솔로는 영화의 초반부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묘사라도 하겠다는 듯 느린 저음으로 툭툭 현을 튕기며 긴장감을 주다가 슬며시 꼬리를 감추려 할 때쯤이 되면 감상자는 자신도 모르게 리듬을 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합니다만 “따라 딴따” 갑자기 Stefano Bollani의 피아노와 Roberto Gatto의 드럼이 들어오며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볼라니의 피아노는 역시 듣던 대로 드럼의 출렁거림을 배경으로 맑고 투명한 크레셴도를 선보이며 베이스와 하모니를 이룹니다. 드디어 출격, Enrico Rava trumpet인지, 또는 flugelhorn인지를 헛갈리게 하는 부드러운 나팔 소리가 멜로디를 리드하며 느긋한 지중해의 바람이 되어 아느작아느작 결을 이룹니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듯 품어 안으며 혹은 다소 경쟁하듯 들어갔다 나오다 또는 얽혀들며 나팔 소리를 따라 부유하다 “라라라라” 끊어질 듯하다가 한 번 더 숨을 토해내며 끝맺음을 합니다.
정말 못 살겠습니다. 이들의 연주를 들으며 제 인생에 그 누구와도 저렇듯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 본 적이 있는가, 세삼 부끄러움도 들고, 명절이라니, 가족의 소중함도 새겨야할 텐데, 참 어쩐 일인지, 그렇게 떨쳐버리고 싶은 고독이 더 정답고, 혼자 먹는 밥도 잘 견디고, 혼술에 취하는 시간조차 로맨틱하고, 이렇게 독백하듯 세상과 교감하는 이 시간이 더 좋으니, 참, 웃기는 짬뽕 팔자입니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