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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To E 16. 봄 같은 겨울 한 날/ Arturo Sandoval - Romantico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7. 1. 4.

   주황빛 저녁노을과 보랏빛 아침안개를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직 사랑하는 이 순간이 지속되기만을 바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한없이 사소한 것들, 당신이 내게 다가왔던 발소리와, 느릿느릿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와 침묵 속에서 서성거리는 당신의 생각과, 안개 속으로 애인과 함께 사라지던 당신의 아름답던 뒷모습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것입니다.

   미래파적 열정을 지닌 아방가르드이며 낭만적 보헤미안인 당신을 그리자니 겹겹이 펼쳐진 계곡들 위로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무려 6,000킬로를 12일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다는 알바트로스를 연상하게 됩니다. 두 달 만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끈기와 모든 새가 날기를 포기하는 폭풍우 속을 거침없이 비상하는 당신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향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노라면 저의 내면에 서리는 아릿한 고통너머, 당신과 함께 떠날 여행을 떠올리게 됩니다. 처음 출발은 지중해의 그리스 섬들이겠지요. 이름도 어려운 섬의 어느 바닷가, 그곳에서 메타포에 대한 한가한 잡담을 하며 마리오처럼 파도 소리를 녹음하고 베아트리체와 함께 걸었던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깔깔거리겠죠. 에메랄드빛 바다를 닮았다는 제 웃음에 대한 당신의 말씀을 저를 향한 당신의 마음이란 메타포로써 받아들여도 되겠지요?

   이렇듯 상상 속에서 당신을 그리면서 겪게 되는 내면의 고통 따윈 그저 흐르는 한줄기 시냇물에 불과한 것, 언젠가 인생이란 바다에 이르게 되면 삶이란 거대한 침묵 속에 침잠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봄 같은 겨울 한 날!

   햇살은 온천지에 손을 뻗치며 죽어가는 것들을 더듬고 위로합니다. 오늘 같은 날은 다정하기만 한 그대의 손길에 마음을 맡기고 몽롱한 낭만에 젖에 몸을 흔들거리고 싶습니다. Romantico, 트럼페터인 산도발의 피아노 솜씨 또한 유려하기만 합니다. 그의 선율을 배경으로 당신을 꿈꾸는 이 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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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uto Sandoval은 1949년에 쿠바의 Artemisa에서 태어난 재즈 트럼페터이자 피아니스트며 작곡가이다. 그는 쿠바에 있을 당시 찰리파커, 클리포드 브라운, 디지 길레스피등에 의해 영향을 받았고 드디어 1977년에 길레스피를 만나게 된다. 멘토이자 동료인 길레스피와 함께 산도발은 유럽과 쿠바, 미국 등지에서 함께 연주하며 명성을 쌓게 된다. 산도발은 1990년 스페인에서 길레스피와 연주하는 동안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며 1999년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