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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To E 15. 2017년 첫 날을 시작하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7. 1. 1.

   그대는 어느 별에? 아득한 그 별에도 2017년의 새해가 시작되었을까요? 어딘가, 그 하늘, 그대 또한 저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을까요? 망망한 우주에 저처럼 동시간대에 그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인 시간, 그대의 2016년은 어땠을까요? 2017년은 또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을까요? 이래저래 궁금하지만 저는 또 오직 제 상상만으로 그대를 그려봅니다. 이것 또한 제가 제 시간들을 견디는 한 방법이어서 유치하기도하지만 때론 제 자신이 귀엽기도 해서 혼자 빙긋 웃기도 한답니다. 도대체 저란 인간은 어찌 이렇게밖에 살 수 없을까, 고 잠깐 짜증도 나지만 뭐 어쩌겠어요, 본래의 제 성정이 그런 것을, 이라고 살짝 변명도 하면서 저는 새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답니다.

   지난 2016년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것에 의한 그대와의 조우는 저에게 잠시나마 그대를 훔쳐보고 욕망하다가 또 까닭 없이 웃고, 울고, 그리고 자판을 두드리고, 하얀 캔버스 위에 제 상상만의 무수한 그림을 그려댔습니다. 붓을 잡고 색깔을 입혔는데, 글쎄 저도 모르게 캔버스를 온통 핑크로 물들이다니…… 화들짝 놀란 저는 또 사정없이 덧칠을 했다가 페인팅 나이프로 벗겼다가, 그대로 캔버스를 찢어버리는 사고를 저지르고. 뭐, 이런 제가 제 자신은 얼마나 미웠겠습니까? 도대체 이성이란 놈을 무엇에나 쓰려고 그렇듯 내팽개쳐버리다니…… 때론 불편한 장식품처럼 여겨지는 그 이성이란 놈을 쓰지 않고는 세상과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엉거주춤거리며 아직도 사는 일에 미숙하고 감성이 먼저인 삶을 택하는 저를 들여다보면서 어찌할지 모른 채 망연하게 서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가만 오래된 이젤 위에 하얀 캔버스를 올려놓고 천천히, 오래도록 마주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색깔을 조절하고 적절한 물감의 농도를 맞추며 그려가는 온전한 내 그림들은 결국 미완성일 것이 분명하겠지만 그 노력과 시간과 정성만은 어떤 걸작 못지않은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감하며 가만가만 나를 다독이는 시간, 그대 또한 어느 별에서든 그대만의 온전한 그림을 완성해가길 기원 드립니다. 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들 중에 그대라는 별은 그대의 의도와 상관없이 목적도 없이 망망한 우주를 떠도는 먼지와 같은 저에게도 살짝, 혹은 아주 조금 빛을 나누어주었고 저는 이제 비로소 그 빛에 의지해 스스로 빛을 반짝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별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저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