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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소설화

밀월 2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12. 19.

  한국의 조르바, 나는 그런 인물을 그리고 싶다. 삼류 인생이지만 가슴 따뜻하고 웃픈 인생,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한 인간을 .  지고 지순을 실천하는 ,  어쩌면 내 연인일 수도, 아니 그 안에 내 본연의 모습이 있을 수도 있기를 소망하는. 내가 그라면 더 좋겠지만, 나란 찌질한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순수한 그를 만나고 싶다.


  "특이하게도 태풍의 독특한 취미중의 하나는 소설 듣기였다. 틈만 나면 누군가가 낭독하는 소설을 들으며 자장가를 듣는 듯 그렇게 잠에 빠지곤 했다. 그 당시 태풍이 즐겨 접했던 소설들은 일제 시대의 무정을 필두로 배따라기, 운수 좋은 날, 레디메이드 인생, 무녀도, 탁류, 아네모네 마담, 메밀꽃 필 무렵, 소나기 등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부하 중 소설 낭독을 주로 전담하는 이를 늘 옆에 끼고 다닐 만큼, 그는 이야기 속에 빠져있었다. 태풍의 사무실은 어느 대학 교수 못지않게 많은 장서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태풍 스스로 소설을 읽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머리가 뛰어났을까, 소설 낭독을 듣고 난 후엔 늘 누군가에게 소설의 내용을 재방하는 태풍 덕분에 살벌한 그들의 세계에 싸구려 서정이 넘쳤다. 그런 태풍의 특이성 때문에 누군가는 태풍을 존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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