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피로가 나를 눕게 하고 나는 몽상가가 되어 사하라를 헤매.
홀로 걷네, 홀로 걷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시간이 이루어낸 흔적들
흔적들 위로 나는 내 발자국을 낸다네
무렴하게 사라진 수많은 발자국위로
맨발에 닿는 뜨거운 모래의 온도
고운 모래의 촉감
구름 한 점도 없는 새파란 하늘
바람도 잠을 자는 사막의 오후
내 발자국도, 내 향취도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니
다행이네, 다행이네
네가 불쑥 나타나,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해.”
귓속말로 속삭여.
“사막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어딘가에 숨어 있을 샘을 향한 꿈이야. 그 꿈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찾는 것이라고 해.”
네가 너의 말을 되씹는 것은,
사하라를 정처 없이 헤매는 몽상가의 필살기랄까?
“당신의 메일을 몇 번씩이나 읽어봤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데도 바로 지척에서 당신을 느낄 수 있다니. 살아 이렇게라도 느낄 수 있고, 그 느낌만으로도 나는 시를 더듬고, 소설을 쓰며, 밤하늘의 별들에게 안부를 묻고 답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긴 편지를 쓸 수 있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당신에게 말 할 수 있다니, 이 또한 고마워요. 사막을 헤매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당신이라는 샘을 향한 꿈에 대해 당신은 이렇게 말해 줬어요.
‘꿈은 찾는 일은 아득하겠지만, 언젠가 당신의 꿈은 사막의 별처럼 반짝, 반드시 그 순간이 찾아 올 거예요. 그렇게 믿고 살아요, 우리. 비록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이지만, 살다보면 만날 날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사막을 헤매는 일에 대해 조금은 말 할 수 있어, 좋은 시간.
꼭 들려 주세요.
그대가,
새벽의 여명을 더듬던 순간을
아침의 고요에 귀를 기울였던 방향을
한낮의 권태를 타넘던 방법을
밀려오던 저녁 땅거미의 냄새를
홀로 지낸 숱한 밤에 얼마나 많은 별을 셌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