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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소설화

To 엘리엇 12.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8. 19.

  


  단조로운 피로가 나를 눕게 하고 나는 몽상가가 되어 사하라를 헤매.



   홀로 걷네, 홀로 걷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시간이 이루어낸 흔적들

   흔적들 위로 나는 내 발자국을 낸다네

   무렴하게 사라진 수많은 발자국위로


   맨발에 닿는 뜨거운 모래의 온도

   고운 모래의 촉감

   구름 한 점도 없는 새파란 하늘

   바람도 잠을 자는 사막의 오후

   내 발자국도, 내 향취도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니

   다행이네, 다행이네


   네가 불쑥 나타나,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해.”

   귓속말로 속삭여.

   “사막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어딘가에 숨어 있을 샘을 향한 꿈이야. 그 꿈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찾는 것이라고 해.”

   네가 너의 말을 되씹는 것은,

   사하라를 정처 없이 헤매는 몽상가의 필살기랄까?


   “당신의 메일을 몇 번씩이나 읽어봤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데도 바로 지척에서 당신을 느낄 수 있다니. 살아 이렇게라도 느낄 수 있고, 그 느낌만으로도 나는 시를 더듬고, 소설을 쓰며, 밤하늘의 별들에게 안부를 묻고 답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긴 편지를 쓸 수 있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당신에게 말 할 수 있다니, 이 또한 고마워요. 사막을 헤매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당신이라는 샘을 향한 꿈에 대해 당신은 이렇게 말해 줬어요.

   ‘꿈은 찾는 일은 아득하겠지만, 언젠가 당신의 꿈은 사막의 별처럼 반짝, 반드시 그 순간이 찾아 올 거예요. 그렇게 믿고 살아요, 우리. 비록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이지만, 살다보면 만날 날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사막을 헤매는 일에 대해 조금은 말 할 수 있어, 좋은 시간.

  꼭 들려 주세요.


  그대가,

  새벽의 여명을  더듬던 순간을

  아침의 고요에 귀를 기울였던 방향을

  한낮의 권태를 타넘던 방법을

  밀려오던 저녁 땅거미의 냄새를

  홀로 지낸 숱한  밤에 얼마나 많은 별을 셌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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