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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自問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10. 4.

   




Kenny Drew - Recollections (1989).  

      https://youtu.be/12OSGBSTaec


  Recollections

   Kenny Drew의 선율이 그늘 진 온 실내를 휘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빛이 지나치게 찬란하다. 까닭모를 상실감에 속이 울렁거린다. 말하지 않으면 모를 것들,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던 날들에 대한 얄궂은 회환이 밀려온다.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그것 또한 삶의 일부라고 자위하며 자신에게 무척 관대한, 하여 때론 부럽기조차 한, 한 여자가 떠오른다. 쉼 없이 흔들리면서 울고 아파하는데도 어쩐지 속으론 웃을 것 같은 여자, 하여 아슬아슬하기 까지 하면서도 여전히 씩씩하던 그녀는 오늘도 안녕할까? 참 모를 일이다. 왜 이렇게 그녀의 태도가 오늘은 부럽기만 한 것인지. 모호하게 그려지던 그녀가 오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하여 자꾸 묻고 싶어진다.

   “넌, 잘 살고 있는 거니?”

   “가을빛을 보고 있어. 부드럽고 깊어서 도리가 없네.”

   잠시 말을 잃는다. 그녀도 나도.

   “그거 읽었어?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 하는가’ 나는 낭만적인 도취가 채울 수 있는 공허를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 그것이 누구라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는 환희를 알고 있었다. 라는 구절을 방금 읽었어. 그리고 생각 중”

   “참 부럽다. 부러워. 네 삶은 온통 그거구나.”

   하고 싶은 말이 목젖에 걸린다. 그리고 묻는다.

   “난,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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