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을 부리던 매미소리가 점점 잦아드는 걸 느낍니다. 짝짓기 위한 7일을 살기위해 7년을 땅속 어둠 속에서 살아야 했던 매미의 울음이 예사스럽지 않은 것은 그들의 DNA속에 내장된 삶의 궤도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동물 역시 DNA속에 내장되어 면면히 흐르는 생의 본능들이 발현되는 모습들을 선과 악, 미와 추라는 이분법으로 가늠했던 시간들이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은 애석하기도 합니다.
늘 이성적으로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지만 막상 내 앞에 펼쳐진 현실에서는 혼돈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 혼돈으로 인해 때론 그릇된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하면서도 또 같은 것들이 반복되는 것은 왜 일까?
7일을 살기 위해 저 지극정성으로 울어대는 매미의 삶에 대한 애달픈 사연을 셈 하며 내 인생에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무엇인가를 위해 用을 써보았는가, 점검하였더니, 쓰윽 어느 새 내 일상에 스며드는 한 구절이 있습니다. 修心, 참으로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가 봅니다.
열반경에선 ‘네 가지 마음 닦는 길’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닦는 이는 탐욕을 끊게 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닦는 이는 노여움을 끊게 되며, 남을 기쁘게 하는 마음을 닦는 이는 괴로움을 끊게 되고, 자기를 버리는 마음을 닦는 이는 탐욕과 성냄, 차별하는 마음을 끊게 된다.”
세상엔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해도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다지만 자기 마음을 자기 스스로 단련하는 일만큼은 어떻게 해서라도 도달하고 싶은 경지입니다. 마음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먼저 밖으로 향했던 눈을 내 자신에게 돌리고 내 마음을 닦는 일, 내 마음의 평화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내가 견지해야할 최소한의 양심인 것이 아닐까, 자책을 넘어 책임, 의무로 각인되는 시간입니다.
다가오는 가을은 무엇인가 다르고 새로운 가을을 맞고 싶습니다. 고즈넉하게 익어가는 것들의 고개 숙임을 마음으로 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