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질주하는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이외에 주검과도 같은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어. 속수무책인 적막감이 내려앉자, 거리의 네온을 타고 밤바람은 말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는 듯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지. 게다가 물컹물컹 짙은 해무처럼 덮쳐오는 그것. 견딜 수 없었어. 뜨개질 하던 손을 멈추고 서둘러 키를 찾았지. 그저 달리고만 싶었을 뿐인데 습관처럼 그곳을 향하고 있었지.
열어 제킨 창문사이로 물먹은 밤바람이 몰아쳤고 45로 올린 음악의 볼륨을 타고 ‘이 밤이 지나면 영원의 시간 속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녀는 절규했어. 아, 싫다.
수취인 부재, 자살한 남편을 향한 유미코의 독백으로 시작되었어.(환상의 빛/미야모토 테루) 유미코의 독백은 곧 진달래의 독백으로 환치되더니, 어느 새 내 목소리로 전이 되었지. 수취인을 잃은 소리들은 꺼억꺼억 목젖에 걸려 흐느끼고 걷잡을 수 없는 그것은 극통을 몰고 왔어. 그냥 가까운 곳, 그곳에 차를 두고 바닷바람을 맞았어. 지척엔 도시의 네온과 아파트의 불빛들이 반짝이고, 나는 그들 속에 속하지 못했구나, 이상한 헛헛함이 몰려왔지. 마치 한 번도 그들 속에 있어보지 못한 사람처럼, 그런 일상의 풍경들이 낯설다니. 이건 뭔가?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이 올라가고. 엄살떨지 마, 꾹꾹 눌렀더니 진득한 갯내를 품은 바람이 나를 만지더군. 그래 이렇게라도 견뎌야지. 극복하는 거야. 이 숙제만큼은 꼭 해낼 거야. 바람에 몰린 작은 파도들이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어.
멈출 수 없어 천천히 걷고 또 걸었더니, 불현듯 더 달리고 싶었지. 혼자서 아주 멀리. 세상 끝까지 달리고 싶단 충동에 못 이겨 바람을 가르며 질주해 온 곳이란 고작, 사방이 어둠뿐인 또 바다였어. 어쩌겠다고? 어쩌겠다고?
유미코는 무엇을 견뎠을까? 진달래는 무엇을 견뎌야만 할까? 그는 무엇을 견디는 중일까? 나는 이것들을 견딜 수 있을까? 또 사람들은 무엇을 견디며 살아갈까? 그래도 여전히 삶은 살아갈 만 할 거야. 그래야 내일이라는 것이 있을테니...
끝간데 까지 갈 줄 알았더니, 풋, 웃음이 나왔어. 내 나이가 몇이었더라? 현실로 돌아온 내가 물었고, 대답과 동시에 풀리지 않았던 숙제들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이것은 또 뭐람?
1950년 생 진달래는 한국판 나비부인이 되었다가, 때론 1934년 생 전혜린이 되었다가, 결국 어젯밤 유미코 버전으로 낙찰되렸는데 또 나비부인과 유미코를 반반씩 섞었다가... 결국 진달래 속엔 나비부인도 유미코도 전혜린도 그리고 현 존의 나까지, 온 버전이 되섞일 것 같네. ㅎㅎㅎ 웃겨, 내가 생각해도 웃겨... 마구마구 질주하고 싶다. 마구마구!!!
Chuck Mangione - Feels So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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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영화평론가가 극찬한 [환상의 빛] '벽에 걸어두고 싶은 명장면' 스틸
국내 첫 개봉으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이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극찬한 ‘장면장면을 잘라서 벽에 걸어두고 싶은’ 미공개 스틸을 공개했다.
<환상의 빛> 특유의 아름답고 강렬한 미장센을 포착하고 있는 4종 스틸은,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의 담담하지만 사려 깊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이에 대해“고레에다히로카즈는 정말 ‘고레에다히로카즈’스럽게 시작했구나 느낄 수 있다.아주 인상적이고 서정적이고 많은 것을 촉발시킨다.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힘이 상당하다.”고 평했는데,특히 “아름답고 쓸쓸한 이 영화의 장면장면을 잘라서 벽에 걸어두고 싶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스틸들은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관객들조차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평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그리고 고정되어 있는 이미지만으로 가슴에 진한 파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환상의 빛>은 가족, 상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로 우리의 마음을 울려온 ‘고레에다히로카즈 클래식’의 첫 번째 작품. 그간 몇 차례의 특별전으로만 국내 상영되었기에 최초 개봉 소식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은 7월 7일 스크린을 통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