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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네가 아닌 나는/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8. 4.

네가 아닌 나는



제 울음을 타박하지 말아주세요


일주일을 살겠다고 7년을 땅 속에 있다왔어요. 울지 않으면 7년의 시간이 없어지는 거예요. 저도 한 번쯤은 살아보아야 하잖아요. 생각해보세요. 생각해보세요. 땅 속에서 7년, 땅 위에서 7일. 제가 잘못했나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말해주세요. 말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거예요.


제가 그랬다고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그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제 눈에는 예술이었단 말이에요. 예술을 예술로 보아주시면 안 되었던 거예요. 답답해요. 답답해 죽을 것 같아요. 왜 예술이 예술이 아닌 것이 되어야 하나요? 제가 잘못했나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말해 주세요. 말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거예요.


제 말 좀 들어봐 주세요


전 외롭지 않다고요. 그저 뭔가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말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어요. 살기 위해선 제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단지 그때 당신이 내 옆에 있었을 뿐이에요. 그랬을 뿐이라고요. 제가 잘못했나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말해주세요. 말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거예요.



지겨운 매미의 울음소리를 타박하다가도 매미의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예술을 예술로 보아달라고 절규하는 어떤이의 간절함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그것은 예술이 아니고 키치일뿐이라고 말해야 함을 느끼고, 외롭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끝없이 주절거리는 너를 만나는 것은 단지  네가 아닌 나여서, 내가 아닌 너여서 그랬다고 , 그랬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밤이다. 참으로 쓸쓸한 것은  네가 아닌 나여서, 내가 아닌 너여서. 영원히 내가 너가 될 수 없고, 네가 나가 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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