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초록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요. 초원 간간이 낮은 초목들이 모여 있고 갑자기 큰 바위들이 아무렇게나 누워있어요. 바위들 옆으론 이름 모를 갖은 꽃들이 피어있고요. 초원 한가운데로 신비롭게 흐르는 강물이 있답니다. 그 위로 아침햇살이 비치고 있어 마치 은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듯해요. 초원 한 쪽으로는 이른 아침이면 새벽 별들이 잠드는 작은 숲이 나 있어요. 다른 쪽으로는 끝도 보이지 않는 밀크 불루빛 호수가 펼쳐져 있어요.
그 초원에 몽실몽실 살찐 양한마리가 무념하게 놀고 있네요. 언제든 잡혀먹을 수 있는 늑대도 있을 터인데, 이놈은 겁도 없나 봐요. 살찐 양은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누어 햇빛바래기를 하다가, 배고프면 초원의 풀을 뜯어 먹기도 하며 꾸벅꾸벅 졸다가도 불현듯 일어나 작은 꽃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심술도 부립니다. 그렇게 고독한 듯 고독하지 않은 한 때를 보내다가 초원을 가로지르는 작은 시냇가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가고 있어요. 아마 햇살에 비친 은빛 물결을 보고 혹시나 은어 떼들이라도 만날까 잔뜩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ㅎㅎ
이른 아침에 깨어 이런 상상을 했어요. 그 무념무상의 몽실몽실 살찐 양은 누구일까요? ㅎㅎ 그리고 그 상상 속의 초원은 뭔 누구누구라나, 어쩐다나. ㅋㅋㅋ 제 기분은 이랬어요. 마치 누구가 펼쳐놓은 초록초원에서 고독하지만 무념무상하게 살아가는 살찐 양이 된 것 같은 기분.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고, 겁내하지 않고, 저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아니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 딱히 그 누구가 나에게 뭔가를 해준 것도 없는데 왜 나는 이런 상상을 하며 혼자 웃으며 행복해할까요? 참 이상하지 않아요. 이런 나의 상상이 신비하기만 한 아침이에요.
앞에 그려 놓은 풍경들은 아마 뉴질랜드 남섬, 그러니까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즈타운을 거쳐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여정에서 볼 수 있는 정경들 중 하나에요. 제가 잠깐 서울에서 여행사에 근무할 때 호주, 뉴질랜드 파트에서 일해 자주 그쪽으로 출장을 가곤 했어요. 물론 뉴질랜드 남섬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밀포드 트레킹이라고 말들 하지만 여행사들이 제시하는 코스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를 타고 밀포드 사운드로 가서 여행해서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고 퀸즈타운을 거쳐 돌아오곤 하거든요. 이 코스를 다니면서 내 인생 언젠가 꼭 캠핑카를 타고 이 코스를 여행해야하겠다는 꿈을 꾸었어요. 중간 중간 정말 석회석이 녹아있는 밀크 불루빛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특히나 퀸즈타운이란 도시의 아름다움이란!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일 년 쯤 살아보고도 싶었어요. 글을 쓰면서. 아주 아주 게으르게...홍홍홍!!!
갑자기 이런 상상이 물밀 듯 몰려오더니 또 예전 캐나다 캘거리에서 밴프지역을 통과해 록키로 여행했던 순간들이 추억되네요. 뉴질랜드 남섬은 아기자기해서 친구 같다면 이쪽 록키쪽은 너무 웅장해서 압도 되고 말았거든요. 하나님은 어쩌자고 이런 것들을 인간에게 제시해주었을까요? 그때 록키 여행할 때 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유럽의 산들과 마을과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 앞에 나에 대한 존재감에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던 한 때가 생각났네요. 오늘 아침.
물론 여행하고픈 곳도 많지만 저는 특히나 사하라를 여행하고 싶어요. 예전 코엘료의 소설들을 읽으며 사막여행을 꿈꿨고 그 사막여행을 꿈꾸다가 ‘다다’라는 캐릭터를 주웠어요. 이 아이는 새아(새벽 별빛이 잠드는 숲을 깨우는 아침햇살)이라는 이모와 신아(신비하게 흐르는 강물위에 비친 아침햇살)이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를 둔 아이에요. 엄마인 신아는 어찌어찌하여 사하라를 여행하다가 푸른 옷을 입은 사람들인 투아레그 족장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결산물이 다다라는 아이로 설정되는데 다다는 어찌어찌해서 한국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는 아이에요. 이 아이는 저번에 보내드린 철이 나 알렉산더 박사의 영원한 연인이 되는 캐릭터. ㅎㅎㅎ 헛갈리죠. 저도 쫌....
암튼 아, 이런 상상하니깐 여행이 급 땡기네요.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행이에요. 제 상상은 무한대라서. 상상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이렇게 좋을 수가....
오늘 밤엔 앞에 묘사된 초원으로 알퐁스 도테의 캐릭터인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목동과 양 들을 초대해야겠어요. ㅎㅎㅎ 그리고 무진장한 별들이 쏟아지겠죠.
허, 토토(검은 길냥이)가 밖에서 울고 있어요. 토토는요 매일 밤 저에게로 와요. 가게를 한 바탕 휘휘거리다 가곤해요. 첨에는 무서웠는데 요즈음은 토토야 부르면 얼굴을 살짝 돌렸다가 또 시크하게 사라져요. 귀여워 죽겠어요. 지금 토토가 누구한테 혼 나는것 같아요. 심심하다고 울다가. 아님 배고파서 울었나? 이 아이는 입이 짧아 사료도 잘 안먹어요. 어제는 연어 몇 조각을 던져 주었더니 반 박에... 저도 급 배고프당!!! 즐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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