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살이 짱짱합니다. 四圍엔 매미란 놈들이 검붉은 볕살에 도전장이라도 내보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여 울어 제킵니다. 검붉은 볕살과 매미의 결투에 훼방이라도 놓자는 것인지, 간간히 빵빵거리며 달리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냥 조용히 지나면 될 것을 굳이 저렇게 경적을 울려야하는지, 야속함이 몰려드는 오후입니다.
어제는 Monika Martin이라는 여자가 독일어로 낭독하는 나의 편지(Mein Brief)란 글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독일어를 알아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뉘앙스를 즐겼다고나 할까요? 그것도 수차례를 반복해서 듣다보니, 그 편지들의 내용이 곧 내 마음이구나, 가만 빙긋 웃어지더군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심을 담은 어떤 글들은 심금을 울리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정황 때문인지 저는 또 이런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젯밤 늦은 산책 덕분인지 달무리에 가려진 반달이 호수에 어려 한 참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고만 있었는데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연이어져 어느 덧 가슴 저 안쪽에 숨겨 놓고 싶은 무늬들을 그려가고 있었답니다. 그것은 진심을 담았지만 일종의 서투른 바느질 같은 것, 이랄까요?
“언어는 내가 바라는 곳으로 가지 않고 늘 다른 장소에 도착합니다.”
라고 탄식했던 어떤 이의 안타까움이 제가 쓰고자 하는 제 언어에 대한 염려를 불러일으키는 시간입니다만, 설령 그렇다손 치더라도 저는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시키는 일이고, 그것이 비록 제 장소를 찾지 못하더라도 이미 그것의 운명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것의 운명까지 염려할 만큼 제 마음의 갈증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참으로 오래 기다렸습니다. 아니 일부러 기다렸다기보다는 언젠가 제 인생에 당신과 같은 사람이 불쑥, 갑자기 그렇게 나타났으면 좋겠다, 일종의 환상을 품고 살았다고나 할까요? 그런 것 있잖아요. 꿈으로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실체가 되었으면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은 그저 꿈일 뿐 일거야,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마음으로 빙긋이 웃다가도 또 쓸쓸해지는 그런 모순의 감정, 환상 같은 것을 지금껏 품고 살았다고 할까요? 다만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는 지금의 마음으론 이것 또한 제 전 인생을 걸고 기다려온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저 기분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처음에 그것이 마침내 온 것이 아닌가? 직관이 움직였을 때는 참으로 무서웠습니다. 흔들릴 제 인생을 생각하니, 이것은 아닌데, 이것은 아닌데, 거부하고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여자로서 나를 버려야 되겠다, 고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 작동했습니다. 여자가 아니라면 당신은 남자로서 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이 얼마나 유치한 마음이었던지, 지금은 그저 웃습니다.
한 번 당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마음은 무엇에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성보다 앞선 감성이 저 혼자 줄달음쳤고 그저 어쭙잖은 이성은 줄달음치는 감성을 망연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찌되었습니다. 혼자 달리던 감성은 결국 넘어져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뒷전에서 바라보던 이성은 씁쓸한 미소를 보내고 있을 뿐.
“그거 봐라. 그거 봐라. 내가 뭐랬니, 내가 뭐랬니?”
마치 넘어져 피를 흘릴 줄 이미 알기라도 했다는 듯 팔짱을 끼고 비웃고 있습니다. 왜냐면 어떤 위로도 필요 없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그렇다고 야단도 칠 수 없는 입장이었겠죠.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겪어내야 할, 아니 극복해야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겠죠.
“그래, 실컷, 철철 피를 흘려라. 뭐 죽기 아니면 살기 아니겠니? 그 딴 일로 죽을 목숨이라면 이미 살 가치를 잃은 것 아니겠니?”
그렇게 팔짱을 끼고 넘어져 피를 흘리는 것을 향해 속으로만 웅얼거립니다. 같이 아팠으니까요, 한 몸이었으니까요. 분열된 자아는 이렇듯 늘 서로를 바라보면서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그 생채기에 연고를 발라주기도 합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결국은 견뎌내고 극복하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요. 그처럼 아파 죽겠다고 울고 또 울더니만 어느새 또 아이처럼 생글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변덕스러워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으니까요.
“얼마나 다행인가요? 이 나이에 뭔가에 설레고, 충만하고, 그리고 그립기까지 하다니. 그것이 설령 혼자만의 마음이라도, 그로 인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요?”
뭐 이런 변명도 아닌, 뭔가 이솝우화 속 신 포도를 단념하는 여우마냥 또 스스로 길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이건 뭔가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음, 이건 말이에요. 제가 극복해야 할 어떤 대상인거예요. 제가 워낙 짐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것이 온 것이고, 난 충분히 견디고 극복할 자신이 있어요.”
참, 실실 웃으면서 이런 말을 지껄이는 그 속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또 없습니다. 진정 견디고 극복하겠다는 자신의 의지인지, 아니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자위인지, 묻기도 겁나지만 묻고만 싶습니다.
“뭐 인생이란 것이 우연의 연속일진데, 그냥 이것도 우연이 이뤄낸 한 장짜리 해프닝일 뿐이죠.”
또 그렇게 가볍게 선뜻 웃어버리네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 자신이 없는 거죠?”
정곡을 찌르고 싶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느낄 수 있거든요. 아직 정곡에 찔릴 만큼 그렇게 상처가 아물지도 못했음을. 아직도 딱지에 고름이 보이고, 새살이 돋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런데, 요거 축복 아니에요?”
또 이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랍니까? 축복이라니요? 상처뿐일 미래가 축복으로 느껴지시나요?
“시냇물은 오래도록 혼자 흘렀답니다. 시냇물은 자신이 바다에 닿기 전에 빨갛고 싱싱한 연어가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아 새끼를 마구, 마구 생산해서 다시 먼 바다로 나아가는 그런 길이 되었으면 바랬답니다. 그런데 올라오는 것들은 고작 가재나 풍뎅이 정도였으니까요. 딴은 그것도 고맙다고 넙죽 절을 하기도 했지만 실은 시냇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연어였지요. 연어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숨을 나누어주고 싶었고 함께 숨쉬고 함께 바다로 흘러가고 싶었을 테니까요.”
또 뭔 소린지요?
“그래서 그가 연어라는 말 인가요?”
웃으며 묻고 싶더군요.
“그렇게 믿고 싶어서요. 그래야 시냇물도 바다로, 바다로 가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깊은 바다요. 바닥이 드러나지 않은, 온갖 것을 품고도 여전히 자신을 잃지 않는 바다요. 측정할 수 없는 바다, 말입니다.”
그럼, 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다의 삶이란 말입니까?
어느 새 한 여름 날씨에서 시작된 말들은, 불현듯 나타난 남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제 바다의 삶을 꿈꾸는 이야기로까지 뻗어가다니, 참 모를 일입니다. 이것은 분명 7월 땡볕이 일군 백일몽 같은 것입니다.
Melody Gardot - Our Love is eas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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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y Gardot - If I Tell You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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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 재즈 싱어송라이터 멜로디 가르도트(30)의 새 앨범 '커런시 오브 맨(Currency Of Man)'이 발매됐다고 유니버설뮤직이 3일 밝혔다.
멜로디 가르도트가 3년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세계에서 인기를 끈 히트작 '마이 원 앤드 마이 트릴'(2009)의 프로듀서 래리 클라인이 다시 제작을 맡았다. 그는 다이애나 크롤, 허비 행콕 등과도 작업했다.
'마이 원 앤드 마이 트릴'이 지휘자 겸 편곡자 빈스 멘도자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담았고, 전작 '디 앱센스(The Absence)'(2012)가 보사노바와 라틴의 향취를 담았다면, 이번 앨범은 묵직한 솔과 가스펠 사운드를 선보인다.
삶과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노래한 앨범의 정서에 어울린다. 내면의 이야기가 아닌 바깥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영감을 얻은 곡들로 채워졌다. 앨범 전체는 멜로디 가르도트의 시선으로 본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
앨범 발매 전 타이틀곡 '세임 투 유(Same To You)'를 비롯해 '프리처 맨(Preacher Man)'이 공개됐는데, 특히 '프리처 맨'은 영화 '미시시피 버닝'(1988)의 소재가 되기도 한 '에밋 틸 사건'이 바탕이라 관심을 모았다. 1950년대 미국에서 어린 나이에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된 흑인 소년 에밋 틸을 통해 삶과 부조리에 대해 노래했다. 곡의 앞부분에 페이스북을 통해 공모한 팬들의 음성이 모여 합창으로 수록됐다.
멜로디 가르도트는 '프리처 맨' 뮤직비디오에 대한 베보(VEVO) 영상 조회에 따른 수입을 에밋 틸 재단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앨범에는 차분한 피아노 연주 배경으로 생명의 탄생을 노래한 '모닝 선(Morning Sun)' 등 총 10곡이 실렸다.
앨범은 솔과 가스펠의 사운드를 충실히 담기 위해 녹음도 디지털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됐다. 빈티지 마이크와 진공관 앰프를 거친 소리들이 아날로그 테이프로 녹음되는 과정 속에서 새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멜로디 가르도트는 세계에서 3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노라 존스, 마들렌느 페이루에 비견되기도 한다. 열아홉살 때 자전거를 타던 중 지프차와 정면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전신 부상을 당하고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았다. 이에 대한 치료의 하나로 병원에서 음악 테라피를 권유 받았고 이후 자신의 음악들을 써내려 가기 시작하면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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