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셨구나. 목소리에 깊은 슬픔이 느껴져서 길게 애기도 못하고 예감은 안 좋고 걱정 많이 했어요. 어제 합평 좋았어요. 그게 어찌 샘만의 이야기겠어요. 이 세상, 삭정 같은 이기적 사랑들의 이야기죠. 퇴고 되면 보내 드릴게요. 오늘도 홧팅!!!”
오늘도 홧팅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 원고 마감일인데 이야기는 머릿속을 빙빙 돌 뿐 시작도 못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 속에서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그걸 집중 모색하자. 아주 단순하게 생각을 몰아보니 손바닥에 잡힌다.
1. 한국판 나비부인이 되어버린 진달래(징징대다 폭삭 늙을 것 같은)
2. 1977년 6월 12일 군산 아메리카 타운에서 벌어지는 사건 속에 달래의 친구 안순자가 있다. 달래의 친구인 안순자는
이복순이나 이영순 쯤으로 분할 수도 있겠다.
이복순(25세)과 한 달 뒤 옆방에서 살던 이영순(28세)가 미 공군 스티븐 웨렌 타워맨(20 세)에 의해 살해된다.
스티븐은 이영순 살해만 인정하고 이복순 사건에 대해 끝내 부인한다. 그는 주한 미군 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이후 타운 안의 여자들이 물에 빠져 죽고, 연탄가스에 중독되고, 불에 타 죽고 등등 열 명이상이 연달아 죽음을 맞이
하는 사건의 중심에 선 진달래.
서사의 중심은 이 사건을 축으로 벌어지며 진달래는 알베르에게서 버림받는, 혼혈의 흑인아이를 낳은 여자에서 여성, 더 나아가
사건의 복판에서 자신의 별을 발견하고 그 별을 향해 한 인간으로서 올곧게 나아가며 자아 완성을 이루려는 의지의 주인공으로.
3. 문제는 캐릭터들의 설정이다.
오상태를 학생 운동을 하다 숨어 들어온 복학생쯤으로 할까?
전만출은 벚꽃의 고석동의 분신으로?
어머니 정심과 아버지 최태풍의 사건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주변인들이 너무 강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이들의 운명을
해피엔딩으로 버무려줄까? 그러자니 전작 벚꽃 속의 이미지와 어긋나게 되고. 그냥 정심을 끝까지 외롭게 해야 한다니..
슬프다. 지고지순의 사랑은 보답받지 못해야만 정석인가?
알베르의 딸, 오로라는?
4. 멋쟁이님의 조언대로 내 캐릭터들의 다양성이 필요할까?
마음도 정신도 온통 시끄럽지만 다시 차분한 나로 돌아오기 위해 아스피린을 찾는다. 오늘의 아스피린은 Mischa Maisky. Rachmaninoff의 Vocalise이다. 무궁무진한 유투브의 바다! 느긋하게 수영이나 해볼까? 근데 피아니스트 Lily Maisky는 Maisky의 딸일까? 왠 호기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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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ha Maisky (cello), Lily Maisky (piano).The Moscow Conservatory, 2008.
Rachmaninoff: Melodie 0:35, Elegie 5:47, Vocalise 12:07. Shostakovitch: Sonata for Cello and Piano in D minor, Op. 4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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