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깨어나는 사념들을 붙들기 위해 창문을 연다.
새벽과 아침사이,
깊은 침묵이 내려앉는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저 그 앞에 선다.
왠지 사는 것에 겸손해져야할 것 같은
오롯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리고 쉬 아침은 온다.
아침인가,
비로소 느껴질 때 컴퓨터의 자판을 누른다.
진달래를 만난다.
그녀가 느꼈을 아침을 바라보다
불현듯 뛰쳐나가 차의 시동을 건다.
잔뜩 물먹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음악의 볼륨을 한껏 높인다.
김윤아의 미저리
<오오, 지워질 기억이여. 아스라이 잦아드는 마지막 빛의 긴 여운이여. 이 밤이 지나면 영원의 시간 속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대와 나 처음부터 그래야 했어. 언젠가는 그대, 그래도 내게 돌아올 거라. 우리의 운명이 그댈 내게 되돌려 주리라 믿었지 이 밤이 지나면 영원의 시간 속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대와 나 처음부터 그래야 했어. 사랑하여, 그댈, 사랑하고 사랑하여 우리의 마지막 순간엔 그대 내게 돌아와 주리라 믿었지. 아스라이 잦아드는 잊을 수 없을 사랑의 기억 이 밤이 지나면 영원의 시간 속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대와 나 처음부터 그래야 했어.>
그리고 느낀다. 만진다, 본다.
참 이상하다.
노랫말 속의 내 운명의 비극성조차 감미롭다.
수없이 반복버튼을 누르면
어느 덧 그곳.
바다가 저 만치 멀어져있다.
그날의 그곳은 더 이상 없지만
내 기억을 더듬다 보면
그녀가 느꼈을 갯내와 바람과 소리와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제 나는 진달래로 태어난다.
웃기지 마라.
작가와 쓰여 지는 소설과는 분명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AC8
그런 이론 따윈 집어치워라.
내가 쓰는 소설인데
나를 치유하지 않고 어떻게 타인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내가 흠뻑 젖지 않고 어떻게 타인을 젖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틀린 것인가?
틀리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난 이제 진달래다.
진달래가 되어 내 이야기를 쓰겠다.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이것들.
눅눅한 갯내를 흠뻑 묻힌 내 온 몸이
느끼고 보고 만지고
그리고 재생하리라.
그녀를...
돌아오는 순간,
그대의 부재가 가져오는 추상성을 웃도는
헐 헐 헐씬 다가오는 내 현실적인 꿈 하나가 돌연 돌출한다.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도
150쯤 하는 디카 하나를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아이고,
몬살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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