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기다려야 되는 구나. 기다리는 것이 내가 선택해야 할 가장 최선의 삶이야.”
달래는 짙은 해무가 걷히며 갑자기 드러난 풍경에 눈이 환해지듯, 그 순간 '기다림'이라는 화두가 불현듯 떠올렸다.
“왜, 이제야.”
달래는 이 순간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 라는 깨달음이 왜 이토록 더디게 자신의 문을 두드리는지, 뭔가 홀려 살았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막연한 자책까지 따랐다.
"그럼, 어떻게 기다려야 하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면으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고 또 떠오르는가 싶더니 곧 심연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역시 그랬다. 남들에 비해 삶이란 것은 자신에게만은 늘 쉽게 문을 열지 않는지, 왜 단순한 깨달음조차 자신에게 도달하는 경우 그토록 애를 태우게 한 다음에야 찾아오는 것인지, 뭔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자신의 고유한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닌지,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하면 할수록 더한 늪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무엇인가 남들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것이 분명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소용돌이치는 생각을 거두며 달래는 그저 멍한 시선으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전날과 다를 것 없는 바다였다. 수 천 년 전에도 또 앞으로 수 만년 동안도 바다는 그대로 바다일 것이다. 아무리 파도가 요동친다고 하여도 또 어느 새 바다는 쉼 없이 자주 색깔을 바꾸지만 바다는 늘 바다일 뿐이었다.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으로 짜여 진 삶도 그럴 것이 아닌가? 금방이라도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가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여전히 내일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있을 자신이 그려졌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불현듯 또 다른 생각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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