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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에피소드 53. 사나니 2.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6. 2.

  니체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어쩌면 무생물들과도. 그러나 누구도 함부로 니체에게 말을 걸지는 않아요. 늘 니체가 먼저 말을 거는 편에 속하죠. 니체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누군가에 혹은 무엇인가에 다가가 살짝 작고 보드라운 자신의 손바닥을 대요. 때론 자신의 엄지를 상대에게 가만 갖다 대기도 하죠. 작은 것들에게는. 그것이 대화를 하자는 신호이기도 해요.

  그러나 때때로 막무가내인 것들도 있어요. 저처럼. 대화에 초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니체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요. 마구, 마구. 니체는 때론 지겹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지라도 대체로 가만 들어주어요. 또 듣고 있다는 반응도 보여주고요. 바로 니체의 이런 태도에 상대는 매료되죠. 자신을 인정해주고 귀 기울여주는. 니체는 늘 정곡을 찌르는 위안을 주어요. 아무리 평범한 말을 해도 니체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로 인해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돈스런 자신을 정리하게 되는 거요. 바로 그것이 니체의 가장 큰 능력이 되는 셈이죠.

 

  때론 악한 것들도 등장해야겠죠. 늘 반전에 반전이 있어야 가독성이 있으니. 아직 생각을 못했는데 쓰게 되면 튀어 나올 거예요.




  문제는요.

  어떤 여정을 설정해야하는 것이냐가 저의 숙제예요. 단순하게 니체가 누워있는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주제를 풀어나가야 하느냐, 사실은 자신 없는 설정이에요. 제가 심리묘사에 좀 약해서시리.




 

  두 번째는 진짜 여행을 떠나는 거죠. 지구여행. 아니 어쩌면 우주여행이 좋겠다. 요것이 땡긴다는. 근데 어린왕자 아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도 제가 잘 쓸 수 있고 자신 있는 설정이 나을 거예요. 그쵸? 강과 바다와 숲과 우주...ㅎㅎㅎ 어쩌면 아프리카도 남미도, 이라크도 가볼까요? 세계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땅은 어디일까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늘 전쟁의 참혹함이 그늘을 드리우는 중동, 아니면 늘 자연재해, 화산폭발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범람하는 남미, 하나는 확신하겠어요. 체느로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같은 곳도 가보고 싶어요. 니체가 말이에요. 어쩌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까지. 훨 여행하고 싶다요.




 

  제 마지막 꿈은 요. 세상을 여행하며 소설과 함께 여행기를 쓰는 거예요. 거창한 여행기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현지인들과 현지의 문화와 설화를 배경으로 한. 그냥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어요. 이 나이 먹으니까 어딜 혼자 가서 사는 것이 겁이 나서. 그 지긋지긋한 외로움을 견딜까 자신이 없어요. 국내라면 가능하겠지만. 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자취했고 지금까지 거의 늘 혼자였으니까요. 물론 짧은 시간 함께 지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늘 혼자. 젊었을 때는 혼자라는 사실이, 혼자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한다는 사실이 내 인생의 자존을 높여주기도 했고 그 고독을 유감없이 즐기기도 했죠. 근데 지금은 더 이상 그러기 싫어요. 겁나서. 어떤 것인지 알고 있으니까. ㅎㅎ 그래서 나이 먹으면 두려움만 증가하나보아요. 사람들 전면에 나서기도 싫고. 서울 가면 가슴이 답답해 와요.

 

  제가 이름을 김은이라고 또 하나 지은 것은 물론 필명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김미숙이라는 실제의 나를 감추고 싶은 까닭도 있어요. 그냥 아주 작은 존재, 남의 눈에 띄이지 않는 작은 존재, 익명의 존재가 되고 싶은.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어쩔 줄 모르겠어요. 가슴이 죄어오는 두려움이 찾아와요. 이 나이에 이런다면 믿기지 않죠. ㅎ 엄살 같겠지만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