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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에피소드 52. 사랑스런 나의 니체에 관해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6. 2.

저 그 아이 이름 생각났어요.

나니체, 성은 나 이름은 니체.

니체는 코야(풋망아지)와 뽓찌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요. 하지만 실제로 니체 혼자 떠나는 거예요. 니체의 마음속에 코야와 뽓찌 할아버지가 있는 것이고 셋이 여행을 떠나며 대화를 하겠지만 독자들은 그들이 니체의 마음속에만 있다는 것을 몰라요. 실제 인 것처럼 트릭을 쓸 거니까요. 니체는 그 니체에서 따왔어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독일 사상가 그 니체에요. 일테면 니체는 니체의 초인정신을 실천하는 인물로 묘사될 거예요.


고난을 견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고난에게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것을 촉구하는 사람. 위선의 가면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사람. 자신을 무한 긍정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무심하게 유희하듯 나를 자르고 붙이고 누르고 채우고 상상하고 왜곡할 수 있는 사람. 즉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 ㅎㅎㅎ 헐, 저네요. ㅋㅋ

자뻑만땅!!! 아니면 누구? 이름 말하면 안돼요! 쉬^^잇!

 

  그렇다고 어려운 용어나 설정을 필요로 하지는 않아요. 뭐 겨우 10살 정도의 아이니까. 실은 너무 어려서 상상 속의 코야와 뽓찌 할아버지와 같은 동행자가 필요한 거지요. 은유와 상징을 통해 이런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시작하는 것뿐 아직, 저도 잘 모르겠어요.

  뽓찌 할아버니는 저를 키우신 제 외할아버지의 별명이었어요. 왜 뽓찌냐구요. 요건 좀 말하기 그런데. 그래도 말 할게요. 뭐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제 소중한 분이니까. 오해 하시지 마세요. 우리 외할아버지가 소중하다는 뜻...ㅎㅎㅎ

  일제 시대에요. 우리 외할아버지에겐 공부만 하는 형님이 한 분 계셨데요. 그야말로 전형적인 선비였던. 그래서 동생이었던 제 외할아버지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데요. 형님네 가족까지. 해서 일제 시대에 학교 소사를 하셨나봐요. 소사라는 직업 아세요? 왜 어린 시절 학교에서 학교 허드렛일 하면서 학교 종도 울리던 아저씨 있잖아요. 느낌이 오세요?

암튼 아메리카타운에서 10여키로 떨어진 지점에 제 고향이 있거든요. 옥구향교로도 유명한 곳이고. 일제시대엔 마을 중심에 있는 국민학교가 근동에서 꽤 컸었고 마을엔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나 봐요. 그곳에서 소사를 하는데 학교에 전화가 오면 일본어로 "모시모시" 이렇게 받아야 하잖아요. 저희 외 할아버지의 '모시모시'는 ''뽓찌뽓지' 였던 셈이죠. 어렸을 적 동네 어른들이 저에게 늘 "뽓지 손녀딸이구먼." 그랬던 기억이 달콤한 걸 보면 울 외할아버지가 날 얼마나 예뻐하고 아꼈는지 짐작이 가요.

  이런 기억이 있어요. 우리 고향엔 여산 송씨 씨족의 집단 거주지였거든요. 일 년에 한 번씩 아주 큰 시제를 지냈어요. 외할아버지가 시제를 다녀오시면 외할아버지 저고리 주머니엔 항상 시제에서 몰래 숨겨온 인절미, 돼지고기 등이 있었어요. 담뱃재가 묻었던. 그걸 맛있게 먹었던 기억. 사실 혼자 세상을 떠돌면서 왜 겁나는 순간이 없었겠어요. 지금도 가끔씩 그런데. 그때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떠올리며 견뎠어요. 아직도 세상어딘가를 떠돌며 저를 지켜줄 것 같은. 해서 니체에게도 저의 뽓찌 할아버지가 필요한 거예요. ㅎㅎㅎ

  코야 또한 니체의 상상 속 풋망아지인데요. 제 습작했던 소설 속에 나왔던 캐릭터예요. 코야는 풋망아지로써 어느 날 주인의 고삐를 끊어버리고 도망쳐 나와 니체를 도와주며 나쁜 것들을 용감하게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 쯤으로.ㅎㅎㅎ 엉뚱했던 돈키호테에게 산초가 있어 돈키호테를 변호하고 도와주었던 것처럼 코야 또한 니체를 변호하고 대신 싸워주는. 오늘은 여기까지...

 

  손님들이 늦게까지 수다를 떨 것 같아 열쇠 맡기고 한 시간 여 가량 슬슬 동네를 돌아다니다 왔어요. 팟 캐스트도 들으며. 누구의 6분짜리 노래도 들으며.., 쪼아요. 아주 아주!!!


니체는 자폐증 소녀에요. 니체의 가족은 철학과 교수(니체 철학에 경도 된) 인 아빠, 유명한 여배우인 엄마, 또 위로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꿈꾸며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오빠가 있어요. 밑으로는 천사처럼 예쁘면서도 똑똑하고 재능 있는, 특히나 첼로를 연주하게 되는 여동생도 있어요. 니체가 가운데 딸. 니체는 가족들이 포기한 자폐증 아이여서 외할아버지인 뽓지 할아버지에 의해 양육되어요. 뽓지 할아버지마저 니체가 6살 때 돌아가시자 특별 돌보미 선생님에게 맡겨지고 일반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가 여타 여타한 사연으로 지금은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워있어요. 병상에 누워 니체는 영혼의 순례를 떠나는 거죠.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었던 뽓지 할아버지와 동화 속 캐릭터였던 베프 풋망아지 코야와 함께. 그래야만 니체는 살 수 있어요. 비록 의학의 힘을 의지하고 있지만. 아직 니체를 마지막까지 살릴 것인지, 아니면... 고것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12월 신춘을 겨냥한 것이면 희망적인 것이 좋겠지요.

  처음에는 저처럼 시골 가난한 농부의 딸로 설정 할까 했는데 보다 현실 속으로 가까이 가기 위해 설정을 변경했어요. 규모는 중편 250에서 300매 사이로. 딱 신춘 스타일이에요. 생각하다보니. 잘 쓰면 영혼의 치유기 역할도. 그렇게 기대하며 쓸래요. 하지만 아직 저도 확신하진 못해요. 다만 목표를 정하고 쓰자. 일단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쓸 이야기가 하나도 없음을 알았어요. 에잉, 또 자화자찬 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습작을 많이 하다 보니 그렇더란 이야기.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을 500매 가량 쓴 것이 있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습작은 바로 이 소설을 쓰려고 밑 작업을 한 듯. 이렇게 이 이야기도 자기가 가야만 하는 곳을 향해 스스로 길을 찾는구나. 새벽에 깨어 어둠 속에서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다가 제 이마를 쳤어요. ㅎㅎ 저 어떻해요. 지금 넘 기분이 만땅, 만땅 좋아요. 영감도 팍팍 오고.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ㅎㅎㅎ

 

  모름지기 저의 예술관은, 말하자면 음악이든, 회화든, 영화든 첫 번째가 아름다움이고 두 번째가 주제이고 세 번째가 오락성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술도 메시지가 있는 게 좋아요. 어쩌면 저의 작품도 오락성 면에서 떨어질 지 모를 것 같아요. 저도 그 방면에선 젬병이자 형광등이니깐. 바보예요. 쉽게 알아듣지도 못하고 유머도 없고, 근데 많이 웃고 울어요. 남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ㅎㅎㅎ 갑자기 신이 났어요. 새로운 이야기 쓰는 것 때문에. 몇 달은 신이 나서 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