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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읽다

남자보다 무거운 잠/ 김해자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1. 26.

남자보다 무거운 잠/ 김해자



꿈이랑가 생시랑가 머시 묵직한 거시 자꼬 눌러싸서 눈 떠본께 글씨, 나, 배, 우에, 올라타 있드랑께 워어메 이거시 먼 일이여, 화들짝 놀라 이눔 새끼를 발로 차버릴라고 했는디 이눔의 나무토막 같은 다리가 말을 안 듣는겨 죙일 서갖꼬 콩콩 프레스를 밟아댄께 참말로 이 다리가 내 다리여 놈의 다리여 이 급살 맞을 놈, 콱 죽여분다 이 신발 밑창 같은 새끼, 겨우 몇 마디 하고 글시 다시 스르르 눈이 감겨버렸나 벼

포옥 한숨 자고 포도시 눈이 떠졌는디 아즉도 꿈이랑가, 워메 그 인사가 아즉도 엎어져 있는겨, 와따 여즉도 안 갔소이, 머시 좋은 거이 있다고 고렇코롬 자빠져 있소, 눈 붙이고 난께 존 말라 타일러집디다이, 낼 일할라믄 질게 자야 쓴께 지발이나 빨리 가랑께요, 근디 이 본드 발른 밑창 같은 작자가 흔들어도 붙어 있는겨 이 썩어 자빠질 놈아, 다리를 휙 들어서 확 차분께 그제사 떨어져 나가붑디다 아따 컴컴하니 눈도 다 안 떠진디 먼 얼굴을 봤것소

일하고 깜깜해 돌아와서 더듬더듬 방문을 여는디 머시 겁나게 큰 것이 굴러가는겨, 오살할 놈, 남의 문 깨부셔불고 들올 땐 언제고 먼 지랄한다고 자물통이여, 육시럴 놈 같으니라고 누가 처먹는다고 수박도 오살나게 무겁드랑께요








하나, 둘, 셋.......아흔아홉, 백......삼백사십삼....

도저히 잠들 수 없는 것은 순전히 김해자 시인의 시 때문이다.

뽀찌 할아버지, 끝집의 막내언니, 대명동 조행숙, 아메리카 타운 꽃 파는 메기 할머니, 굴속에 살던 보배 아줌마, 미소천사 벙어리 삼촌

그들의 이야기들이 소리 없이 아우성친다.

워메, 이러다가 나 시인 되는 거 아녀?

또 근거 없는 낙관은 지랄을 떤다.

제발, 제발 잠 좀 자게 해주삼.

공쳤던 어제였으니 오늘은 밥이라도 먹게 해주시겠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뒤척거려도

여전히 시계는 1시 30분, 2시

헐, 3시 20분

이제는 정말 정말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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