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話 (우화)의 江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어제오늘 심하게 몸살기가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더니만 그래도 주방아줌마의 본분만은 지켜야겠기에 털고 나왔습니다. 아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그대로 몸으로 전이 된듯 온 삭신을 두들겨 맞은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겨우 털고 일어나 활동하는 카페에서 오늘 이 좋은 시를 만났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도 물론 그런 사람들과 친하고 싶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도 항상 물길을 맑게 고집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마치 꽃기운이 사방에 넘치는 걸 시샘하듯 겨울같은 한기를 품은 바람이 왜그렇게 얄밉당까요? 어서 저놈이 물러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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