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이는 황톳길을 걸어 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굽이 굽이 가뭄으로 펼쳐진 풍경들이 끝도 없이 계속된다면 걷기도 전에 기가 질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날마다 반복되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 때론 풀썩풀썩 먼지가 나는 황톳길을 걷는 것과 같게되면 그 참담함이란…… 버거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슬며시 팔짱을 끼며 함께 걸어도 되겠냐며 속삭이는 이들이 있다. 너의 인생이 내 인생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쑥스런 미소를 지으며 주절주절 자신의 삶을 열어놓는다. 가만 귀 기울여 듣다보면 탈출구 없었던 내 삶도 새로운 문을 만들며 햇빛과 바람과 눈과 비를 기꺼이 맞아들인다. 내 속에 너를 품으며 네 속에서 나를 읽는다.
어느 날부턴 우리가 되어 햇빛과 바람과 눈과 비를 즐기며 노래하게 되고 그 노랫소리는 시가되고 소설이 되어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피웠다. 이제 먼지 일던 황톳길 옆으로 보리가 자라고 밀밭도 보였다. 종달새도 지저귀더니 어느 새 메밀꽃도 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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