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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그가 낭독하고 나는 듣는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5. 12. 18.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꿈길일까? 낙숫물 소리가 노크를 한다. 푸르스름한 빛이 시선을 끈다. 빛의 강도로 시간을 가늠하다 다시 눈을 감는다. 간 밤의 꿈을 재생한다. 그가 걸어온다. 그의 냄새도 함께 온다. 가만 가슴에 손을 모으면 그의 냄새는 아직 따뜻하다. 7도의 냉기를 견딜수 있게 한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는다. 오롯이 솟아있는 산이 눈앞이다. 코끝이 쌔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잔뜩 잿빛이다. 무게를 못이긴 우둠지에서 눈송이가 낙화처럼 흩어진다.  "봄꽃보다 아름답다" 라고 말하며 웃던 미소를 되새김질 한다. 실타래처럼 이런저런 이야기가 꼬리를 문다. 생각을 몰아내며 오직 오르는 일에 집중한다. 제법 가파른 산길은 온통 빙판길이다. 발바닦에 힘을 주어 어기적어기적 빙판길을 오르지만 어느새  그의 목소리가 걸어온다.

 

  "사랑은 바이러스처럼 침입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 안에 틀어박혀 조용히 머물러 있다가 어느 날엔가 우리가 충분히 저항력이 떨어지고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때 불치의 병이 되어 터져 나온다. 그러나 또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이 죄수처럼 우리 내부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 사랑이 해방되어 우리들 자신인 감옥을 부수고 나오는 대 성공하는 일은 가끔씩 일어난다." (모니카 마론의 슬픈짐승/p. 24~25)

 

 

 

 

  이렇듯 매 순간 내부에 도사려있는 불치의 병은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

  그가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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