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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편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5. 12. 13.

도영님, 수지님, 경서님, 득진님 그리고 선생님!!!

 

자판을 앞에 두고 원고를 쓰고 있는 그대들의 심오한 표정을 상상해봅니다.

무엇인지 확연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가슴 속으로 피어오르는 그것이 내 가슴을, 내 일상의 시간을 꽉 채우려 합니다. 가만 가슴에 손을 올리면 물밀 듯 쳐들어 오는 이 충만감은 때론 수줍은 눈물로 환원되기도 합니다.


저는 요즈음 읽고 싶었던 책들에 푹 빠져 지냅니다.

이것 또한 무한한 즐거움을 선물해줍니다.

하지만 창작의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겠죠.

내 심연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은 바깥 세상을 향해

늘 차례를 기다리며 쭈뼟거리고 있음을 느낍니다.

난 왜 그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까요?

재주도 없는데...ㅎㅎㅎ

아마도 입으로 해야하는 말의 총량이 너무 부족해

글로 써야하는 총량을 무한대로 늘려놓는 것은 아닌지... 혼자 피식 웃어봅니다.


"진지한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이 발표한 책으로 부터 끊임없이 위안을 받는다. 책은 마치 지하실 어딘가에 항상 켜두는 점화용 불씨 같아서 작가의 가슴속에 있는 온도 조절기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즉시 작고 조용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친숙한 열기를 발산한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언제든지 마음속에 불러낼 수 있는 책의 존재감, 책의 빛은 작가에게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작가가 예견했던 모양과 빛깔에 가깝게 완성된 책일수록 더욱더 풍요롭고 은은하게 빛난다."


막 읽기를 끝낸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가 롤리타를 끝내면서 작가의 말에 덧붙인 글입니다.


경서님, 득진님, 도영님, 수지님. 그리고 사랑하는 남상순 선생님!!!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는 가슴 속 온도 조절기가 점화되어 폭발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동행하는 그대들이 곁에 있어 서두름은 없으나 결코 멈출 수 없는 먼 길에 대한 설렘을 간직하게 됨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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