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 탓인지 며칠 전부터 몸이 찌뿌듯하기 만 한 P여사였다. 뜨끈한 옥매트 장판에 모로 눕기를 반복하며 새벽 여명이 어슬렁거리며 기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려니 또 눈두덩이 뜨거워졌다. 365일 늘 한 날 이건만 또 이 새벽이 설기만 하였다.
가만 눈을 감았다. 그가 옆에서 드르렁 거리며 밤늦게 까지 뒤척이던 잠을 보충이라도 하듯 고른 숨을 내뿜고 있었다. 가만 벗은 몸을 최대한으로 밀착시켜 그의 체온을 느껴보려 했다. 살결이 부딪히는 부분의 온도가 삽시간에 마음까지 녹였다. 손으로 가만 그의 가슴을 쓸어본다. 아직 느껴지는 살결이 보드라웠다. 행여 깨기라도 할까봐 더듬는 손은 조심스러웠다. 한 팔로 그의 가슴을 안아보기도 했다. 다리 한쪽을 그의 사타구니에 밑으로 쑤셔 넣는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바짝 귀를 그의 가슴에 가까이 대며 그로부터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담으려 했다. 소리를 담는 다기 보단 어쩌면 그의 마음을 담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쌕쌕거리는 그의 숨소리에 P여사는 그만 뻐근해진 자기 가슴에 손을 모은다.
“참 좋다. 이 순간이 영원이라면 좋겠다.”
라는 생각 끝에 P여사는 급기야,
“있지. 날마다 이렇게 깨어났으면 좋겠다.”
가만 혼잣말을 내 뱉는다. P여사의 뜨거웠던 눈두덩에서 급기야 눈물이 삐져나온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의 애간장이 녹아 내뿜는 눈물인지도 몰랐다. 절절한 그리움으로 녹여낸 쓰고 달달한 눈물의 힘으로 설기만 한 또 하루의 새벽 여명을 고스란히 안을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하루를 버틸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감았던 눈을 뜨고 가만 손을 뻗쳐 본다. 비어있다. 잠시 P여사는 꿈을 꾼 것이다. 꿈을 빙자로 P여사는 그를 느꼈고 그것으로 ‘그의 상시부재’인 현실에 위안을 찾았다. 하루를 시작하는 통과의례처럼 P여사의 손짓은 늘 헛헛하기만 하였다. 하여도 말이다.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속에서 충분히 그를 느낄 수 있어서 그나마 얼마나 다행일까?
첫서리가 내린 날 아침 공기가 싸늘했다. 옥매트의 전원을 끄고 주섬주섬 헐거운 원피스를 꿰어 차고 자리를 턴다. 온 몸이 뻐근하다. 관절마다 기지개를 펴는데 어긋난 소리를 낸다. 그것은 바로 현실과 상상의 빗장이 비틀어지는 소리였다. P여사의 삶처럼 어긋난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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