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다다. 오염과 가난과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새 세상을 가져다 줄 새로운 에너지와 추진기술이 있을 거야. 마음, 공간, 시간, 그리고 물질이 하나로 만나는 그 접점이 분명 있을 거야. 그 접점 위에서 진보될 우리의 문명은 다음 50만 년 동안 이어질 인류 문명의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며 우리는 그 시대로 옮겨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사막별을 지그시 바라보며 어린왕자는 깊은 숨을 쉬고 있었다.
“그래, 오빠. 우린 혼자가 아니야. 혼자가 아닌 것이 분명하고 이 지구, 아니 이 우주 어디선가 이런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져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위해 우린 어쩜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도 몰라.”
“다다야. 우린 이제 겨우 10대야. 비록 꿈은 원대하고 어쩜 남들은 비웃을지 몰라. 하여 우리의 꿈을 키우기 위해, 그러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위해 우리는 실현 가능한 아주 미세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현시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절저히 직시하는 것이야.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우리의 지금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야. 결코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꿈이란 꿈에 불과해. 우리가 꾸는 꿈들이 현실에 바탕을 두는, 뭔가 미미한 것일지라도 현실위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내 지론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진정한 꿈이란 현실의 바탕위에서 시작할 수 있겠고 그 현실이란 우리가 아직 배우는 학생의 신분이고 10대란 사실을 잊지 말자, 뭐 그런 이야기.”
“그래. 내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할 일을 충분히 인지하고 실천하며 그 남은 에너지로 미래를 위한 꿈을 꾸자는 것이지. 베이스가 튼튼해야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지 않겠니?”
네오는 다다를 향해 맑은 미소를 보냈다. 따스한 오후 가을 햇살이 네오의 얼굴을 빛나게 했다. 다다는 그 네오의 얼굴에 반사되는 빛을 바라다보며 생각했다.
“부디, 우리의 꿈들이 실행되는 날까지 저 빛이 사라지지 않기를.”
네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줄곧 많은 생각을 해 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내 인생은 어긋나기 시작했을까? 네 살 때부터 보육원생활은 시작되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엄마가 나를 맡긴 것도 같고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 분인 것도 같고. 보육원 생활은 크게 좋지도 않았지만 싫지도 않았다. 배를 곯든가 추웠든가 그런 종류의 부족함은 없었지만 무엇인지 네오는 헛헛했다. 그 헛헛함의 정체를 잘 몰랐는데 어느 날 다다 집에 초대 받고 난 후 혹시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만 할 뿐이었다. 다다의 삼촌은, 그러니까 이름이 위 대한 삼촌이 미찾사 고문역할을 하는 바람에 다다의 집에 초대되었고 그곳에서 다다를 처음 만났었다. 다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참으로 다정하게 네오를 대해주었다. 그 자리에 마 고도 함께 있었다. 처음에는 마 고 또한 한 가족인 줄 알았지만 다다가 설명해 주었다. 그들이 거리낌 없이 말하고 웃고 먹고 떠드는 것을 보고 네오는 가정이란 것은 이런 것이구나. 처음으로 느꼈다. 자신은 늘 긴장하고 주위의 눈치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위축되어 살았구나. 뭐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네오는 자신의 결핍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깨닫기 시작한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네오가 추구해왔던 삶의 방식에 약간의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사실 네오는 보육원의 다른 원생과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태생이 그런지 말이 없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대신에 늘 상상의 세계 속을 해매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이였었다. 그런 덕분인지 공부에도 탁월해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늘 친구들의 질시를 받으면서도 악착같이 공부했고 또 그 결과에 즐거웠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마이스터고에 진학을 했다. 선생님들과 보육원장님이 많이 아쉬워하셨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마이스터고를 택한 것은 빨리 취직해 자립을 하여서 마음껏 자신의 삶에 도취되고 싶었다. 그 중에 하나가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가정을 가져보는 것이었다. 군 문제와 직장문제만 해결하면 누군가와 결혼을 빨리해서 아들, 딸을 넷쯤 거느리는 멋진 가장이 되고 싶었다. 늘 웃음이 떠나지 않고 떠들썩하며 지지고 볶는 그런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가정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네오의 두 번째 꿈이 되었다. 그의 첫 번째 꿈은, 그래 미래를 찾는 사람의 진정한 일원이 되는 것이었다. 뭔가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며 핵전쟁의 위협, 화학적, 생물학적 환경파괴, 기업들의 탐욕, 문화적 타락, 두려움과 무지의 확산, 부의 불균형과 같은 총체적인 지구의 자기 파괴로부터 세상을 구할 일원이 되고 싶은 원대한 꿈같은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실재적인 기술이 필요했으므로 또한 마이스터고를 지원했던 것이었다. 일단 취업해 취업을 하면 더 세분화된 공부를 위해 자신에게 투자를 하리라. 그런 꿈을 네오는 꾸고 오늘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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