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 만에 일찍 출근했습니다. 요즈음엔 새벽녘까지 설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점심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출근하곤 했지요. 열어 제킨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침의 막새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FM라디오의 음악도 더 없이 잔잔했지요. 출근하자마자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지금은 향기 맡으며 손수 내린 커피 한 잔, 뭐 이런 잔잔한 일상이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 잠시 가을하늘에 눈을 주니, 한가로운 구름 한 점 두둥실~~~
뭔가 쓰지 않고서는 배겨내 질 못하는 하루하루가 있어 감사한 즈음,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 안에 있는 그 무엇이 너를 너답게 살게 할까?”
너답게 산다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뉴앙스가 숨어 있는지, 마치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는 것처럼 과연 ‘너 다운’것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때론 칠칠맞지 못해 늘 허둥대며 비틀거리는 일상, 때론 표독 뒤에 숨어있는 연한 속살이 안쓰러운, 속절없이 웃어대는 뒤 끝에 매달린 쓴 잔을 마셔대야 하는 현실 등등. 이 어찌할 수 없는, 방퉁이 바로 ‘나’인가 물으면 쓴 웃음이 나옵니다.
하여도 또 이런 현실을 위로하는 그 다음의 무엇이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을 다 주어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
혹자는 ‘별것도 없는 나’에 대한 도취로 살아간다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 별 것도 없는 내가 별 것인 것처럼 살지 않으면 정말 별 것 없는 인생이 될 것 같아 별 것도 있게 살아가려 용쓰는 ‘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새벽 녘,
긴 편지를 쓰며 ‘똑 똑 똑’ 눈물 짖는 ‘나’ 일지라도 그 눈물 뒤에 그 무엇이 또한 ‘나’를 ‘나’답게 살 수 있게 한다는 것, 참 신기합니다.
쓴 커피 한 잔이 식어갑니다. 막새바람을 타고 하늘의 구름들조차 시나브로 마실을 나오고 있습니다. 내 안의 것들을 오늘쯤은 가을 햇살에 잔뜩 펼쳐놓으려 했건만, 하여 다가올 시린 날을 위해 이 햇살을 가득 담으려 했건만.
하여도 한 움큼 입에 물면 달보드레할 것 같은 가을 햇살이 참으로 좋은 아침입니다.
10월 24일 목요일 아침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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