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익고 밤은 깊어 가는데 우시두시 앉은 모양새들이 날 밤을 새울 듯 했다. 비껴 앉아 있는 내내 ‘찔레꽃 피고 지고’ 100 매 정도를 갓 채울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뱅뱅 거렸다.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행여 글 씨앗이 도망치기라도 할까봐, 하동에서 군산까지 날아왔다. 시속 120쯤 밟았나? FM라디오의 ‘재즈수첩’을 배경으로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서성거렸다. 집에 도착해보니 새벽 1시 40분, 서둘러 씻고 자판에 손을 놓는다. 우선 자판이 가는대로. 초고가 완성 되었다.
“쌔~~엠,
그냥 불러보고 시폿어요.^^,.”
시작은 이러하였다. 60대 중반의 초로의 여자, 이름은 안 순자. 과거 속, 그녀의 남자들에 대한 추억여행을 떠난다. 여전히 싱글인 안 순자씨의 지난 사랑이야기이다. 몇 명의 남자들을 사랑하면서 결국 안 순자씨의 사랑은 다시 처음, 첫 사랑으로 돌아온다. 그 첫사랑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녀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 속에는 언제나 그녀의 첫사랑, 그녀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런 삼류 연애 소설이다.
이 시인님이 언급하신 신 경림 시인의 ‘찔레꽃은 피고’ 전문의 구성처럼,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결국 찔레꽃처럼 피었던 첫사랑의 기억들이 모든 자신의 사랑을 지배했다. 라는 내용이다. 순전히 이 시인님이 말씀하신 내용만을 기초로 쓸 수 있었다. 신 경림 시인님의 최근작이기에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이 시인님께 부탁해 다시 한 번.
설핏 잠결에 서둘러 떠나온 사람들에게 미안키만 하였다.
“수업 중에 이 시인님이 말씀하신 신 경림 시인님의 최근작 ‘찔레꽃은 피고’란 시의 내용을 듣는데 저는 제 단편소설 한 편을 구상했습니다. 빨리 쓰고 싶어 그 밤에 군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메시지를 날렸다. 행여 마음 쓰실까봐. 그 새벽에 서둘러 떠나온 나를 충분히 이해하실 것을 믿으며.
이건 여담이다. 살아오면서 그간 몇 번은 글쓰기, 시작 강의를 챙겨 들었다. 참 이상한 것은 이 시인의 강의를 듣고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나도 위대한 시, 한 편쯤 서슴없이 쏟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여도 여전히 나는 쓰지 못한다. “뱅뱅” 머릿속, 가슴 속에서만 맴도는 시어들이 춤을 추곤 한다. 여직 한 놈도 그 꼬리를 붙잡지 못했다. 이건 내 역량의 문제이다. 서두르지 않는다. 필시 내 무의식 어딘가에 저장될 것이고 어느 날 빼꼼 지 발로 날 찾아올 것을 믿는다. 며칠 전 급조해 올려 논 과제 전문이다.
“참으로 오랜 만에 일찍 출근했습니다. 요즈음엔 새벽녘까지 설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점심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출근하곤 했지요. 열어 제킨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침의 막새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FM라디오의 음악도 더 없이 잔잔했지요. 출근하자마자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지금은 향기 맡으며 손수 내린 커피 한 잔, 뭐 이런 잔잔한 일상이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 잠시 가을하늘에 눈을 주니, 한가로운 구름 한 점 두둥실~~~
뭔가 쓰지 않고서는 배겨내 질 못하는 하루하루가 있어 감사한 즈음,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 안에 있는 그 무엇이 너를 너답게 살게 할까?”
너답게 산다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뉴앙스가 숨어 있는지, 마치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는 것처럼 과연 ‘너 다운’것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때론 칠칠맞지 못해 늘 허둥대며 비틀거리는 일상, 때론 표독 뒤에 숨어있는 연한 속살이 안쓰러운, 속절없이 웃어대는 뒤 끝에 매달린 쓴 잔을 마셔대야 하는 현실 등등. 이 어찌할 수 없는, 방퉁이 바로 ‘나’인가 물으면 쓴 웃음이 나옵니다.
하여도 또 이런 현실을 위로하는 그 다음의 무엇이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을 다 주어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
혹자는 ‘별것도 없는 나’에 대한 도취로 살아간다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 별 것도 없는 내가 별 것인 것처럼 살지 않으면 정말 별 것 없는 인생이 될 것 같아 별 것도 있게 살아가려 용쓰는 ‘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새벽 녘,
긴 편지를 쓰며 ‘똑 똑 똑’ 눈물 짖는 ‘나’ 일지라도 그 눈물 뒤에 그 무엇이 또한 ‘나’를 ‘나’답게 살 수 있게 한다는 것, 참 신기합니다.
쓴 커피 한 잔이 식어갑니다. 막새바람을 타고 하늘의 구름들조차 시나브로 마실을 나오고 있습니다. 내 안의 것들을 오늘쯤은 가을 햇살에 잔뜩 펼쳐놓으려 했건만, 하여 다가올 시린 날을 위해 이 햇살을 가득 담으려 했건만. 하여도 한 움큼 입에 물면 달보드레한 가을 햇살이 참으로 좋은 아침입니다.
이 과제물에 대한 이 시인님의 합평은 이러했다.
“IMPACT가 부족하다. 구체적으로 뭔가 자신을 좀 드러낼 수 있는 몇 구절을 첨가 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다소 평이하기 만 한 작품이 활어처럼 살아날 수 있겠다.”
곁들여 우쌤이 한 말씀 거들었다.
“그래, 산책님의 전반적인 글이 좀 IMPACT가 부족한 편이야.”
ㅋㅋ, 멋진 지적이었다. 아마도 내 성격자체가 그런 것 같다. 강약조절이 잘 안 된다. 어느 순간, 입맛을 당기게 하는 땡초의 맛, 그것이 부족한가보다. 하여 요즈음 늘 땡초를 먹고 있다. 행여 내 성정 어느 한 구석에도 이렇듯 매운 맛을 익혀보리라. 하여 위에 구술한 전문을 살짝 바꿔보았다.
“참으로 오랜 만에 일찍 출근했습니다. 요즈음엔 새벽녘까지 설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점심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출근하곤 했지요. 열어 제킨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침의 막새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FM라디오의 음악도 더 없이 잔잔했지요. 출근하자마자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지금은 향기 맡으며 손수 내린 커피 한 잔, 뭐 이런 잔잔한 일상이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 잠시 가을하늘에 눈을 주니, 한가로운 구름 한 점 두둥실~~~
뭔가 쓰지 않고서는 배겨내 질 못하는 하루하루가 있어 감사한 즈음,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 안에 있는 그 무엇이 너를 너답게 살게 할까?”
너답게 산다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뉴앙스가 숨어 있는지, 마치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는 것처럼 과연 ‘너 다운’것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때론 칠칠맞지 못해 늘 허둥대며 비틀거리는 일상, 때론 표독 뒤에 숨어있는 연한 속살이 안쓰러운, 속절없이 웃어대는 뒤 끝에 매달린 쓴 잔을 마셔대야 하는 현실 등등. 이 어찌할 수 없는, 방퉁이 바로 ‘나’인가 물으면 쓴 웃음이 나옵니다.
하여도 또 이런 현실을 위로하는 그 다음의 무엇이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을 다 주어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
혹자는 ‘별것도 없는 나’에 대한 도취로 살아간다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 별 것도 없는 내가 별 것인 것처럼 살지 않으면 정말 별 것 없는 인생이 될 것 같아 별 것도 있게 살아가려 용쓰는 ‘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새벽녘, 두 줄의 편지를 썼습니다.
“쌔~~엠,
그냥 불러보고 시폿어요.^^,.”
새벽녘에 녹은 애간장이 어느 새 식은 커피 한 잔 속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커피 속에 녹아 내린 내 애간장 맛은 어느 새 달달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막새바람을 타고 하늘의 구름들조차 시나브로 마실을 나오고 있습니다. 내 안의 것들을 오늘쯤은 가을 햇살에 잔뜩 펼쳐놓으려 했건만, 하여 다가올 시린 날을 위해 이 햇살을 가득 담으려 했건만. 하여도 한 움큼 입에 물면 달보드레한 가을 햇살이 참으로 좋은 아침입니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의 노래 13 (0) | 2013.11.02 |
---|---|
夢 여사의 백일몽 1 (0) | 2013.11.01 |
가을날 아침에 (0) | 2013.10.24 |
소설 -' 별의 노래' 맛보기 (0) | 2013.10.22 |
잘, 부탁해!!! (0) | 2013.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