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쓰는 이야기는 '오후 네 시'라는 유치빤스한 러브 스토리다. 20살 차이 나는 교수와 여제자. 그리고 그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 지고지순을 실천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법 대신에 젊은 여자아이의 사랑법은 어떨까?
지원이라는 여학생을 두고 사진찍는 건달, 신소재 공학과 이 교수와 그의 제자 정현. 둘 다 지원에게 맘을 두고 있다. 결국 지원은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30대 후반에서야 비로소 이 교수를 향해 성큼 걸어가게 된다. 이제 겨우 지원은 대학교 일학년이다. 어떻게 삼십대 후반까지 그녀의 삶을 구성해야 할까?
내 숙제이다.
쓰면서 느끼는 희열이 좋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에 맡기게 되면 저절로 원고매수가 늘어간다. 참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흐름에 그저 의식을 맡기면 된다니.
사실은 애초 새드 엔딩을 그렸는데 어느 새 해피 엔딩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늘 남는다. 내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은 왜 끊임없이 해피엔딩을 추구할까? 아마도 새드 엔딩을 극도로 기피하는 이유는 '그래도 인생은 살만하다.'라는 역설을 믿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찬찬히 나를 들여다 보곤 한다. 필시 그렇다. 이야기에서 조차 새드 엔딩이 이루어지면 현실의 삶은 얼마나 비루할까 ? 겁이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과 상상속의 세계를 날마다 오간다. 두 세계의 경계엔 꽃이 핀다. 상처로 점철된 곳에서 피어나는 꽃에 눈이 부시다. 상처가 깊으면 깊을 수록 피어나는 꽃의 향기는 더 진한 것 같다. 취해 산다. 상처의 고통을 딛고 피어나는 꽃의 향기에 그 눈부심에. 결고 나쁘지 않은 인생이다.
올 가을과 겨울은 부디 내 안의 모든 상처들이 이렇듯 꽃으로 피어나길 바래본다. 화려하지 않을 지라도 자신만의 품위와 색깔과 향을 가진 소박한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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