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신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기분은 이년 쯤 흐른 걸로 느껴집니다. 참 이상하지요. 안나는 만난지 한 달도 못 되었는데 더듬거리는 말투로 벌써'엄마'라고 부른답니다. 말씀하신데로 안나는 자신의 살궁리를 본능적으로 알아 차린 것 같습니다. 어색하지만 싫은 것은 아닙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안나가 '엄마'라고 부를때마다 이상한 책임감마저 듭니다. 내 손으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안나에게서는 병세씨와 내 냄새가 혼합된 것 같은 아련함을 느낍니다. 병세씨에 대한 그리움의 냄새라고 불러도 될까요? 안나의 유치원을 알아보고는 있습니다. 우선은 한국말과 익숙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교회에 데리고 다닙니다.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면 자연스럽고 빠르게 한국말을 배우리라 기대 하면서 말이에요. 의외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나의 시꺼먼 피부와 커다란 눈이 보여주는 이국적인 모습에 많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걱정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다름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이 안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안나의 인기에 안나 자신도 몸둘바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안나도 아이들이 자신을 만지려고 하는 것에 깜짝 놀라곤 하더니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은근히 즐기는 듯 표정도 여유로와 지더군요. 교회에 머무는 동안에는 모른척하고 있습니다. 휘휘 나를 찾는 듯 하더니만 그것도 금새 잊고 안나는 아이들과의 놀이에 여념이 없더군요. 멀리서 그런 안나를 훔쳐보며 다소 안심도 되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있어 선생님들에게 부탁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염려할 일이 아니더군요.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기쁘기만 합니다. 헤어진 지 이틀만에 쓰는 편지이기에 안부는 묻지 않겠습니다. 늘 함께 있다는 상상을 하려고 합니다. 현실의 벽을 넘어서 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꽃밭을 함께 가꾸는 한 가족으로서 거듭나기위해 나 자신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나의 사랑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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