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면 늘 주위에 무슨 福 아니 人福이 넘쳐나는지 제 사는 꼴을 지긋히 바라보며 알듯 모를 듯 따뜻한 情을 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끔씩 어떤 이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때는 비장의 꽂감을 빼먹듯 그렇게 그들이 보내는 情을 혼자서 탐닉하다보면 세상만사가 하나도 서럽지 않습디다.
어제는 꼭 그런 친구가 있어 여의 내 하루 매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줄 그런 저녁 예약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설레는 맘으로 해망동으로 갔지요. 겨울비가 부슬부슬, 하루를 시작하는 즈음에 내리는 것이라서 그런지 혹은 내 마음이 따뜻한 그들의 情으로 데움을 받아서 그런지 겨울비마저도 시처럼, 음악처럼 들리는 아침, 큰길에서 벗어나 일부러 바닷가 작은 골목으로 접어 듭니다.
자칫 지저분해 보일 듯한 모든 풍경들은 저에게 언제나 사람냄세나는 그런 포진 골목들이며 작은 포구의 이런저런 모습들은 늘 어떤 그리움과 아리아리한 작은 감동으로 다가섭니다.
저 너머로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장항과 군산을 잇는 다리가 보이고 정박당한 배인지, 바닷물것들의 빈 상자들인지가 쌓인 모습마저도 정답게 보이고 우당당탕 필시 포구의 흙을 잔뜩 퍼냈을 포크레인마저도 그림으로 보이니 어찌 세상만사, 하나 하나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랴, 잠시 숨을 고르며 혼자 빙긋이 웃어봅니다.
그 포구를 배경으로 수십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먹이를 쪼아대는 곳, 주로 저쪽 뜬다리 쪽으로 많이 모여있던 고것들이 오늘은 이쪽으로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
"필시 니들에게 맛있는 것들이 아마 오늘은 이쪽 근방에 많이 있나 보구나, 요놈들아 많이 많이 잡숫고 니들도 태어난 그 운명데로 맘껏 누리다 가렴."
하고 나지막히 마음인사도 나눠 보고 작은 해찰을 하다 보니, 앗 빗줄기가 굵어지네용. 후다닦 해망동 시장으로 돌진, 구경삼아 건어물 가게앞을 지나다 보면 주인들이 "요기요, 들렀다 가세요."라고 말씀하시는 호객행위가 늘 쬐께씩 미안스럽구먼요. 사실 사지도 않을 건데 구경삼아 그냥 지나는 것인데...
이번에는요. 내 광어탕수 재료를 공급해주시는 대왕수산에 가서 사장님과 설레발 인사도 잠깐 떨고 하이라이트 요리를 할 전복이며 굴도 또 내가 먹을 풀치도 사고 바지런 바지런 나운동시장에서 보쌈고기도 사고 야채도 사고 죽 끓일 찹쌀도 사고 그렇게 평소보다 일찍 가게로 와서 오늘의 재료를 풀어보니 이 모양이 되었지요.
헤헤!!!
포지게 장을 보고 맛있게 요리해 그 작품을 잡수실 그대들을 생각하면 이처럼 뽀듯한 마음이 된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나만의 비밀이라고나 할까? ㅋㅋㅋ
요 재료들이 이렇게 변신했지요.
있잖아요! 요리를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요,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에 대한 지극한 내 마음의 표출이며 고걸 기꺼이 감동하며 잡수시는 이쁜 모습들을 바라볼때 느껴지는 그 포만감,!!! 참말로 좋당께요...
어쩔때는요, 넘 퍼주고 싶어서 내 마음에 제동을 걸어야만 할 때도 있당께요.
"야, 너 뭐 먹고 살려고 그려?" ㅋㅋ
암튼 요렇게 시작한 하루, 그리고 요렇게 마감되는 하루였는디...
잠들기 전,
"그대는 참말로 어느 별에서 왔나요? 왜 징허게도 오랫동안 내 안에 둥지를 틀고 지멋데로 그렇게 뻣대 앉아 이렇게 맨날 내 애간장만 녹이시나요? 이제 좀, 날 편안하게 그리고 애틋하게 바라다보며 날 위해 조금쯤은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옆에 있어주면 안되나요?"
그런 투정으로 나의 하루를 마감했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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