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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 38 탄 나, 熱愛 중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2. 14.

새벽녁에 잠깐 꿈결에 '왜케 바람이 치는 가?' 묻다가 피곤했던지  푹 아주 아주 잘 잤지요. 어제는 하루종일 동강거렸더니 아마 몸도 자기를 좀 챙겨달라고 이곳저곳 쑤시는 걸로 아는체를 합니다.

 

그럭저럭 자박자박 내리는 빗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아침,

 

의식처럼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립니다.  오늘의 원두는 갓볶은 원두라서 수동글라인더에 갈릴 때의 고소한 향이 벌써 커피를 반이나 마신 듯 합니다.

 

 

 

요즈음엔 바쁘기도 하고 또 썰을 하도 많이 푸느라고 책을 읽는 일에 소홀해지기도 하더군요.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우선 일 순위가 입에 풀칠하기, 가끔씩 주변사람 챙기기, 썰풀기, 세상구경하기, 책읽기로 순서가 정해져 있다보니 그놈의 순위때문인지... 그래도 하루에 어떨 땐 서,너 장 혹은 몇 십장은 읽으려고 합니다.

 

잠시 잠깐 새벽녁에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은 때론 수면제가 되기도 하고 사유에의 여행의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어제 새벽엔 이원규시인의 '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라는 산문집을 몇 장 읽었습니다.

 

 

 

앞으로 제 글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선생님이라서 대충 어떤 글을 쓰는지 엿보고 싶은 마음에 챙겼는데 몇 장을 읽지 못했는데도 비긋이 웃음도 나오고, 작은 눈물도 맺히고, 가슴도 짠하고, 또 재미 있습니다. 지리산주변과 섬진강변에 사는 사람들 혹은 길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아무리 험하고 힘든 세상일지라도 살아남을 만한 이유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굳이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던 폴 발레리의 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날마다 화려한 꽃의 날들은 아닐지라도 한번쯤은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되어 환환 억새꽃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는 날도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절망과 아픔과 슬픔의 맨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낸 뒤에 오는 희열의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열망의 사람들이 모여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빛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될까.'(p38)

 

참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는 것이라고 내 지난 절망과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다 보내고 오는 희열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떠올렸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났던 그때가 생각나 잠시 숨을 고르니 가만 똑똑똑 눈미에 이슬이 맺힙디다.  세월을 되새김질 하면서 겪는 카타르시스는 어쩜 현재를 정제시키는 거름망 같은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우시두시 모여 작은 마음들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내가 가장 지향하는 미래의 내 모습이기 때문 이기도 한 듯 합니다. 어쩜 사람 人자의 본래의 의미처럼 그렁저렁 조금씩 삣대가며 내가 가진것을 나누고 그대가 가진 것을 취하는 그런 소소한 삶 그것이 내가 가장 원하는 미래의 내 모습이건만...

 

잠시 마음이 아립니다. 아마도 그대가 원하는 그대의 미래는 나의 것과 확연히 다르겠지요.  그대의 입으로 부터 나오는 말들을 되씹어 보고 그대가 보여주는 간간한 행동들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내가 줄 수 없는 것들을 그대는 추구하는 것 같은 내가 보는 그대의 그림입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어쩜 지극한 마음뿐인데 그대는 누군가로부터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극히 현실적인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것들이겠구나 하는 내 나름의 단정에 그만 기가 질리기도 합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나는 하염없이 오랜 시간 이렇게 바라만 볼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절망감에 눈물이 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런 것이 아마도 人緣이겠지요. 어쩜 이런  인연이란  모두가 서로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의 중간쯤부터 시작되는 그런 끈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처음 두사람이 만났을 때의 섬광과 같은 순간도 자신내부에서 잠재해있던 어떤 狀을 만났을 때 이뤄지는 것이고 그 인연의 끈을 따라가다보면 때론 눈,비바람, 햇살까지도 모두 두 인연을 위해 존재하는 시간들이 되는 것이구나 잠시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진정한 姻緣은 어디메 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살짝 그 생각까지 하게 되니 잠시 빙긋한 미소가 맺히기도 하는 군요. 쬐메 염려가 되는 것은 사실, 정말 제 진정한 姻緣이란 이 현세에 있기는 있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니 또 안타깝기도 하공...

 

이 다정다정 내리는 겨울비조차도 오늘 아침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그대, 조금만 기둘리시요.  반드시 그대의 사랑이 어느 쯤에선가는 꽃이 필날이 있으리라. 상대가 누구이던가 틀림없이 그대의 꽃은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봄빛에 여름비에 가을바람에 눈보라속에서도 의젖한 자세를 잃지않고 피어나는 모습으로 존재할 것입니다."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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