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어제는요. 아침 8시가 조금 넘었었나?
"저, 타이죠? 여기 ********원 인데요. 12시까지 11명분, 2만원 짜리 도시락 준비해주실 수 있나요?"
에공,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하지만 배춧잎에 눈이 먼 난, 또
"아, 그래요. 물론 그렇게 해 드려야지요."
"그럼 결재 떨어지는 데로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라는 일이 있었지요.
벌써 눈앞에선 도시락 메뉴구성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고 서둘러 씻고 시장엘 가서 부족한 찬거리며 과일을 사서 우선 시간 걸리는 쇠고기 말이 부터 시작, 9시 반이 넘었는데도 확인사살이 들어오지 않아, 노심 초사.
결국 제가 먼저 전활 했지요.
"도시락 어떻게 할 건지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아직 담당자분이 출근 전이어서. 오시는데로 연락 드릴께요."
"네, 저 지금 준비중이니 빠른 연락 부탁드릴께요."
사실 제가 준비하는 도시락은 시간이 좀 필요하거든요. 혼자서 일하기도 하지만 자신있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서 도시락 주문은 꼭 전날에 받는데 이렇게 급한 주문엔 아무래도 자칫 소홀할 수 있어 가끔씩은 거절도 하는데 오늘 처럼 하루의 매상을 좌지우지하는 배춧잎의 장 수엔 지도 깨깽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서...
암튼 결국 10시가 좀 못돼서 정식 주문 들어왔고 생각해보니 도저히 시간 맞추기가 혼자서는 힘들것같아 친구 2명에게 전활 걸었는데 ...흑흑, 이 아침에 왜케 전화들을 안 받는겨?
생각타못해 옆집 참옷닭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쳤더니 흔쾌히...그래서 제가 날마다 주장하는 지는 참 人福인 많은 사람이라는 거죠. 음식조리는 제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조리된 음식을 예쁘게 담는 것도 참 시간걸리는 작업인데 언니가 몽땅 맡아주어서시리 무사히 제시간에 맞춰 배달까지 임무 완수!!!
그렇게 내 하루가 시작되었지요. 번갯불에 콩튀어먹는 작업을 통해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갔다...결국 결론은 이렇게 하루하루 용케도 살아지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이지요.
하루하루 누군가의 도움없이 누군가와 동행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모든 관계의 연결고리가 참으로 신기한 것이 감동적이지 않나요? 지긋이 생각해보면 한 순간도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을 짓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한통속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이 새벽에 잠결에 일어나 그대를 떠올리며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뭣이냐면요?
내가 느끼는 이런 신비를 과연 그대도 인지하면서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었다오. 물론 언제나 현명할 듯 아닐 듯, 차거운 듯, 아닌 듯, 철저히 이성적인 듯, 아닌 듯 보여지는, 느껴지는 그대의 깊은 속을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그래서 그대의 참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이 몹쓸놈의 병!!! ㅋㅋㅋ
물론 내가 내 속도 잘 모르면서 어찌 타인의 속을 알고싶은 貪心을 가지는지, 지나친 집착이지 않을까 내 자신을 탓해보기는 하지만 실로 오랫동안 이런저런 속내를 말하고 싶은 일 순위의 사람인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랑이고 뭣이든 간에 사람과 사람이 통하고 싶은 그런 기대인데 언제나 그럴 날이 올 수 있을지...
늘상 있는 그대로 그대를 인정하며 그대의 비루한 모습조차도 내 품을 수 있다고 말하고 또 말하지만 과연 사랑한다는 지금의 열정이 식어갈 어느 날에도 존재 자체의 그대를 그대로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새벽입니다. 글쎄요,. 답은 지도 아직 모르겠다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살아봉께 제가 제 자신에 대해 가졌던 모든 신념조차도 어느 날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혼란의 순간들이 오더라구요.
그래도 확신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마도 미래의 어느 날 오늘을 생각해보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만은 확실하지요. 왜냐? 물론 내 마음이 가는 만큼 그대에게 보여줄 수 없는 내 처지, 그리고 그대의 입장이 있어 마음만큼 그렇게 다가서지 못했고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어느 땐 세상 그 누구에게 보다 나를 가장 많이 보여주었고 내 부끄러운 모습조차도 그대에게는 하나도 부끄럽지가 않았다는 경험, 그 것이 참으로 소중한 내 경험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시간들이었음을 확신한당께요.
가끔씩 난, 내 마음을 단도리 하기 위해 내 마음의 상태를 분석해보고 끊임없이 "넌, 왜 그가 그렇게 좋을까?" 그렇게 묻곤 하지요. 오늘 새벽의 대답은
"그래, 아마도 내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에게서 본것이 그 시발점이었나, 아니면 그대에게서 내 속에 있는 약하고 지긋한 뭔가를 향한 뜨거움을 보았었나 그래서 어쩜 그대가 나인 것처럼 내가 그대인 것처럼 그런 동질감같은 것이었나?" 물었더니,
시발점은 역시 그대속에서 나를 보았고 그것이 참으로 내 마음깃을 스쳐가던 어느 날 쾅쾅 그대에게서 내 아버지를 보기 시작한 시점의 농도가 깊어졌구나 하는 분석, ㅋㅋㅋ
아마 이것은 분명 귀신이 쓰운 그런 일이겠지요. 못다한 아버지와의 업을 쌓아보고 싶은 내 욕심이기도 하고 어쩜 지극히 이기적인 나의 心思, 그대의 등에 한없이 뻗대고 싶은...ㅋㅋㅋ 암만 생각해봐도 솔직히 그냥 퍼질러 앉아 그대의 등에 기대 맘껏 이세상을 놀아보고 싶은 나의 욕망이 아닐까요?
그럼 나는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혹은 그대는 진정 나에게서 무엇을 기대할까? 그것에 대한 숙제는 차차 풀어 나가야 겠지요. 행운이 찾아온다면 언젠가 그대의 진심을 나는 볼 수있겠고 그런 날이 속이 오기를 빌어보는 이 새벽....
참으로 좋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며 쓰는 내 모든 썰들이 내 마음을 그리고 있는 것이어서...
오늘도 배춧잎의 장 수가 훨 많은 도시락을 준비해야되고 또 저녁엔 단체예약도 잡혀있어 눈코뜰새없는 하루가 되겠네요.
내내 따뜻한 맘으로, 세상의 누군가는 그대의 안녕을 시도때도 없이 기원한다는 그 생각을 잊지말고 쑥쑥 당당하게 그렇게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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