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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12년 12월 11일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2. 11.

오늘은요, 오랫만에 도시락을 싸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을 나왔지요.

어제  장을 봐야허는데 그만 시간을 놓쳐버려 아침  시장을 봐야만 했거든요.

7시가 못되여서 문을 여는 주공시장 야채가게를 알아 놨거든요.

가끔씩 그 시간에도 손님이 계시고 또 아마 그 시간에 이곳저곳에서 물건도 받고 그러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에겐 반갑고 고맙기만 한 가게이지요. 가끔씩 나이 탓에 깜빡깜빡 시간을 잊고 사는데...

 

사장님이 물어보시데요.

 

"요즈음 장사는 어뗘요?"

 

"맨날 그럭 저럭이죠. 그런데 저 혼자서 오물딱 조물딱 하는 구멍가게라서 크게 차이나는 일도 없구요."

 

"참, 사장님은 속이 좋으신가봐요. 후덕하게 생겨서 그러시나, 아님 그냥 취미로 가게를 하고 계시나..."

 

생각해본게, 정말 나는 속이 좋은가, 아니면 취미로 식당아짐 노릇을 하나 내가 참말도 궁금터라고요.

 

그래서 나름 정리를 해 봤지요. 그날 그날 매상에 동동거리는 때는 직원 월급을 챙겨줄 여력이 없을 때였고

지금은 혼자서 일을 하고 있어 다행히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이고요.

 

식당아짐은 취미이기도 하지만 제 절대절명의 생계유지와 은행대출금을 갚아야할  근거지가 되는 것이라요.

 

실제로 동동거릴때도 많아요. 하루 왼 종일 1000원 매상이 없는 날도 가끔씩은 있고, 10만원 안쪽 매상은 흔한 일이공... 근데 가끔씩은 대박 칠때도 있어 그냥저냥 똔똔으로 운영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평균을 잡어 생각해보니 매상이 없다고 동동거릴 일도 또 대박이 낫다고 크게 좋아할 일도 아니더라고요. 딱 장사한지 3년만에 크게 하루하루에 연연할 필요가 없음을 가늠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이것이라도 붙잡고 있으니 그나마 배곯치않고 사람구경도 하고 제 얼굴에 꽃도 피고 그렇다는 사실...

 

어제는 오랫만에 단골손님들이 오셨었는데 제가 넘 젊어지고 예뻐졌다고 하며, 혹시 연애를? 하고 넌지시 물어보시드라고요.  젊어보이는 것은 머리를 짧게 했던 까닭이고 예뻐진것은 제 맘이 많이 편해진 까닭이고 연애라 하옴은 지극한 짝사랑에 빠져 맨날 지 속을 지지고 볶고 있는 중이라요. 그렇게 꼭꼭 집어 대답하고 싶었는데 구구절절 사연이 길어 질까봐 참았드랬지요.

 

 

근데 실지로 제가 좀 예뻐지긴 한 것 같아요. 예뻐졌다는 의미는 제 마음이 예전보다 훨 편해져서 웃음꽃이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쬐께 상냥해지기도 하공... 자화자찬이라 좀 거시기 하지만 사실은 사실잉께..ㅋㅋㅋ

 

제가 저를 볼때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예전보다 사는 일에 보이는 것들에 닿는 것들에 훨 감동이 더 자주 그리고 더 크게 일어난다는 것이죠. 

 

 

 

 

오늘 아침에도 도시락 배달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시리즈로 찍고 있는  은파의 연꽃을 보러 잠깐 해찰을 하였지요.  사실 눈이 온 직후에 눈꽃이 얹힌 연잎파리들을 찍고 싶었었는데 그만 때를 놓쳐버려 아쉽기만 했지요. 그래도 여직 남아있는 몇몇의 연잎파리들은 꼬시라져 고개를 물속에 쳐박고 있는 모습들이 제 마음깃에 파문을 일으켰지요. 마치 은파의 물결이 고대로 내 마음속으로 자글자글 걸어오는 듯한 느낌!!!

 

 

 

 

또 하나는요 은파에 반영된 리츠호텔건물이 은파의 물결과 바람의 영향으로 마치 추상화를 그리고 있는 듯 하여 고것을 잡아내는 순간의 기쁨은 참 말로 할 수 없당께요...

 

 

 

 

 

고것에다 이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깨닫고 있지만 그래도 하늘이 정해진 시간을 다하기 위해 매서운 바람에도 눈보라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꼿꼿하게 서있는 작은 들풀들의 자세를 보니 참 어찌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동이 없을 수가 있었겠어요.

 

 

 

고렇게 한 참을 해찰을 허고 있는디...ㅋㅋㅋ

 

"사장님, 왜 문이 안 열려요?"

 

에공  " 5분만 기둘려 주세용, 지금 가요."

 

헐레벌떡 운전대를 꽉 쥐고 날아왔지요...

 

참 뽀듯한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단 말씀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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