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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 25 탄 나, 熱愛중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1. 29.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하늘 까지 닿겠네."

2013년 목표 설정을 끝내고 나니 왜케 마음이 씁쓸한지요?

 

한번도 제대로 오시지도 않은 님을

나는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거 원 참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어제는 근 2여년 만에 친구가 찾아왔습디다.

서울에 사는데 친정에 볼일이 있어 내려온 참에

시간 내 일부러 나를 찾아왔지요.

 

어렸을 적엔 참 친했는데

서로 사는 모양새가 달라 일 년에 고작 서너번 안부 전화에 그쳐왔건만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금새 사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깊어만 갔지요.

 

친구가 예뻐서

대학에 실패하자 마자

줄창 선을 보다가 이 남자다 싶어 결혼을 좀 일찍 했었거든요.

떡뚜꺼비 아들 둘을 낳고

살림솜씨 알뜰,뭐 하나 흠잡을 수 없었던 친구인데

뭔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았는지

90kg가 넘는 몸에

가지 가지 병을 달고 살더이다.

 

"가시네야, 왠간치 볶아대며 살거라.

네 맘이 편해야징, 이게 뭐냐?

이젠 건강이 최곤데..."

 

맘이 아파 채 말끝을 여물게 닫지 못했다.

 

"아니, 이제서야 모든게 놓아져.

 지금은 맘이 많이 편해졌어.

이제 비로소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병을 달고 살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니 다행이구먼.

그래 신랑도 많이 달라졌어?"

 

"응,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어.

허리수술하고 죽었다 깨어나서 내가 그랬어.

 

나 버리지 말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달라고.

 

그말을 하는데 왜케 눈물이 쏟아지는지.

 

신랑이 그러데.

이제사 진짜 내 부인 같다고.

당신이 진즉 짱짱부리지말고 이렇게 고개 숙이고 나왔으면

훨 빨리 친해졌을 텐데라고 하며

눈물을 보이더라.

 

그때 나도 깨닫는 바가 있더라.

그동안 저사람도 나만치 편하지 않았었구나.

 

그 많은 가슴 찟었던 사건들

사실 여자 문제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그냥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

겪을 만큼 겪고 나니

이렇듯 아무일도 아닌것 같은데

그때는 그것이 왜케 힘들었었는지..."

 

그 많은 세월 참고 살았던

그래서

오늘날 이런 모습으로

현실의 삶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존경스러운 나,

 

나는 그동안 무엇을 참고 살았을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참고 살 수 있을까?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요.

 

나는 결코 그 친구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사실

모든 인생에서 겪어내야만 하는 일들은

그래요

일종의

바람, 비, 눈, 햇살과 같은 것이리라 그런 생각이 듭디다.

 

경험중에 있을 때는

고스란히 색깔 그데로 인생에 그림을 그리며

아프고, 쓰고, 달고 그럴지라도

지내놓고 나니

한줌 바람, 비, 눈, 햇살속에 내가 있었지

그렇게

담담히 인지할 수 있는 시간들이 온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내 자신을 몽땅 삼켜버릴 쓰나미 같은 거대한 폭풍이 지날 지라도

나 자신을 결코 스스로 해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나름의 방법데로

나를 지켜준다는 진실을

오십이 넘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어

한 순간

가슴이 뽀듯해져 왔다오.

 

뿌득 뿌득 자기가 먹은 밥 값은 해야겠다고

설겆이를 하고 밥 값마저 쑤셔 놓고 가는

손님이 한 꺼번에 몰려들어

작별인사조차 부엌에서 나눠야 했던

친구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즈넉히 멀어져 간 내 과거가

그대를 향해 눈물짓는 내 현재가

무지개빛 꿈으로 색칠될 것이라는 아직도 허무맹랑한 그림을 그리는 내 미래가

이렇듯

어느 날은

아무 것도 아닌 날들이 되는데

나는 오늘

뭐 이리

 

"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하늘 까지 닿겠네."라는

목표설정을 두며

이렇듯

아린 가슴을 부여잡고

이 지랄을 떨고 있는 지...

 

그래도, 누가 뭐래도

지금

 

"그대가 있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참말로 고맙습니다."

라고

배알도 없는 나는 또 히죽거리고 있습니다.

이 좋은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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