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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 22 탄 나, 熱愛중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1. 26.

요즈음엔 사는 형편이 곤궁해

내 맘데로 책을 한 권 사기도 쉽지 않아

주로 시립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을 수 있는 걸로도 만족한다.

 

그러나 도저히 2 주일 간의 대출 기간

혹은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칠 수 없는 내것이 아니라는 이유때문에

아쉽기만 하고 심지어 짜증이 날 때 조차도 있곤 한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가끔씩 그녀에게 찡짜를 붙어

갖고  싶은 책을 선물 받는 행운도 누려 보지만

워낙 책 욕심이 많아서 늘 허기지기만 하다.

 

어제는 아주 아주 큰 맘을 먹고

오래 전 부터

꼭 가져보고 싶은 책을 사러 나갔다.

 

나가기 전

책방 옆집에 살며

10월 쌀 곳간을 드나드는 새앙쥐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책방을 드나드는 그녀에게

전화도 한 판 때리고...

 

"어이, 여사님, 오랫만에 잠깐, 날 예뻐해주면 안될까?

책방 찻집에서 오케이, 지금 당장."

 

그러는 사이 책을 사고

또 한 권을 주문했다. 내 친 김에...

 

 

 

 

 

책을 사고 그녀와의 깊고  달콤한 

그러나 언제나  아쉽기만 한

대화의 꽃을 피우고 

예약이 있어 부랴 부랴 가게로 가는 길

뽀듯하게 피워오르는 어떤 감동,

 

내 이런 작고 소박하지만 이쁜 시간들에 대한 감동이 밀려오더라.

 

바삐 바삐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와

풀다만 썰을 정리하다 보니 자정이 임박했고 비로소 그때 서야

책표지를 펼치고 2012년 6월판 서문을 읽는다.

 

"행복은 이 땅위에 태어난 우리의 하나뿐인 의무이다."

 

이 구절에서 멈추고 말았다.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말하면서 산다.

 

"행복은 하늘님이 너에게 주신 의무이며 책임이며 권리이다." 라고

 

그런  생각으로 내 의무와 책임과 권리를 너무 이른 시절에  깨닫고 만

애 어른은

펼쳐질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이유모를 두려움으로

늘 혼자서만 부대껴야만 했던 것 같다.

 

행복했던 시간을 말해보라면

난 너무 할 말이 많고 그래서 더 행복의 도가니 속으로 몰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흘러간 시간을 반추해보면

고통스러웠던  추억마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인식되어진다.

 

아마 그 순간들 조차도

 내 삶의 행복으로 가는 여정중에 때론

툭툭한 탱자꽃이 되기도 하였고

때론 포진 아쿠아 불루빛 수국이  

죽음을 부르는 향기를 지닌 백합이

치명적인 흑장미가

아스라 하기만 한 안개꽃이

수줍은 소녀빛 후레지아가 되기도 했음을 

 지금은 알 것 같다.

 

누군가가 말했다.

 

"행복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다." 라고.

 

그래서 쉴 틈 없이, 아니 쉴 수 없는  움직임이 동반 될 수 밖에 없음을...

 

그래서 지금은

이토록 절절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는 밤이 되어도

더 이상 그것이 그리 큰 아픔은 되지 않는다.

 

왜냐?

 

아마도 단 한 번도 내것이 아니었으므로

전혀 상실의 고통으로 인지되어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있지, 해운대에 눈이 왔으면 좋겠다.

해운대에 눈이 펑펑 왔으면 좋겠다.

오밤중에 웬 청승?

근데 참말로 해운대에 눈이 펑펑 왔으면 좋겠다.

정말 미치겠다.

해운대에 폭설이 내렸으면 좋겠다."

 

또 접수되지 않을 카톡 음성 메세지를 남긴다.

 

참 다행인 것은

눈물 콧물로 얼룩진 목소리를

강퇴당한 행운으로 인해 

상대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나 혼자서 몇 번이고 오래 오래 반복해 들으면서

고조되는 감정이입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다.

비록 자정이 넘은 시간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추는 춤이

어느 새 절절한 아픔의 시간들은  흘려 보내며

내  삶에 한 송이의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고 있구나하는

이 눈물 겨운  뽀듯함을 이해 하실 수 있을 랑가?

 

기대되는 것은

이 순간 순간들 내 오장육부에서  솜아 나오는 모든 감각들이

어느 날 인가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그림이 될 것이다.

 

축복처럼 꽃비가 되어

내 내일의 행복을 만들어 갈 것이란 확신이 드는

이른 아침,

 

참으로

 나는,

멋진 사람이구나,

 멋진 사랑을 하고 있구나,

 

이런 감동!!!

 

으흐, 자뻑타임!!!

 

울다 웃으면 똥꼬도  "아야"  한다던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