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엔 사는 형편이 곤궁해
내 맘데로 책을 한 권 사기도 쉽지 않아
주로 시립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을 수 있는 걸로도 만족한다.
그러나 도저히 2 주일 간의 대출 기간
혹은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칠 수 없는 내것이 아니라는 이유때문에
아쉽기만 하고 심지어 짜증이 날 때 조차도 있곤 한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가끔씩 그녀에게 찡짜를 붙어
갖고 싶은 책을 선물 받는 행운도 누려 보지만
워낙 책 욕심이 많아서 늘 허기지기만 하다.
어제는 아주 아주 큰 맘을 먹고
오래 전 부터
꼭 가져보고 싶은 책을 사러 나갔다.
나가기 전
책방 옆집에 살며
10월 쌀 곳간을 드나드는 새앙쥐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책방을 드나드는 그녀에게
전화도 한 판 때리고...
"어이, 여사님, 오랫만에 잠깐, 날 예뻐해주면 안될까?
책방 찻집에서 오케이, 지금 당장."
그러는 사이 책을 사고
또 한 권을 주문했다. 내 친 김에...
책을 사고 그녀와의 깊고 달콤한
그러나 언제나 아쉽기만 한
대화의 꽃을 피우고
예약이 있어 부랴 부랴 가게로 가는 길
뽀듯하게 피워오르는 어떤 감동,
내 이런 작고 소박하지만 이쁜 시간들에 대한 감동이 밀려오더라.
바삐 바삐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와
풀다만 썰을 정리하다 보니 자정이 임박했고 비로소 그때 서야
책표지를 펼치고 2012년 6월판 서문을 읽는다.
"행복은 이 땅위에 태어난 우리의 하나뿐인 의무이다."
이 구절에서 멈추고 말았다.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말하면서 산다.
"행복은 하늘님이 너에게 주신 의무이며 책임이며 권리이다." 라고
그런 생각으로 내 의무와 책임과 권리를 너무 이른 시절에 깨닫고 만
애 어른은
펼쳐질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이유모를 두려움으로
늘 혼자서만 부대껴야만 했던 것 같다.
행복했던 시간을 말해보라면
난 너무 할 말이 많고 그래서 더 행복의 도가니 속으로 몰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흘러간 시간을 반추해보면
고통스러웠던 추억마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인식되어진다.
아마 그 순간들 조차도
내 삶의 행복으로 가는 여정중에 때론
툭툭한 탱자꽃이 되기도 하였고
때론 포진 아쿠아 불루빛 수국이
죽음을 부르는 향기를 지닌 백합이
치명적인 흑장미가
아스라 하기만 한 안개꽃이
수줍은 소녀빛 후레지아가 되기도 했음을
지금은 알 것 같다.
누군가가 말했다.
"행복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다." 라고.
그래서 쉴 틈 없이, 아니 쉴 수 없는 움직임이 동반 될 수 밖에 없음을...
그래서 지금은
이토록 절절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는 밤이 되어도
더 이상 그것이 그리 큰 아픔은 되지 않는다.
왜냐?
아마도 단 한 번도 내것이 아니었으므로
전혀 상실의 고통으로 인지되어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있지, 해운대에 눈이 왔으면 좋겠다.
해운대에 눈이 펑펑 왔으면 좋겠다.
오밤중에 웬 청승?
근데 참말로 해운대에 눈이 펑펑 왔으면 좋겠다.
정말 미치겠다.
해운대에 폭설이 내렸으면 좋겠다."
또 접수되지 않을 카톡 음성 메세지를 남긴다.
참 다행인 것은
눈물 콧물로 얼룩진 목소리를
강퇴당한 행운으로 인해
상대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나 혼자서 몇 번이고 오래 오래 반복해 들으면서
고조되는 감정이입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다.
비록 자정이 넘은 시간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추는 춤이
어느 새 절절한 아픔의 시간들은 흘려 보내며
내 삶에 한 송이의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고 있구나하는
이 눈물 겨운 뽀듯함을 이해 하실 수 있을 랑가?
기대되는 것은
이 순간 순간들 내 오장육부에서 솜아 나오는 모든 감각들이
어느 날 인가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그림이 될 것이다.
축복처럼 꽃비가 되어
내 내일의 행복을 만들어 갈 것이란 확신이 드는
이른 아침,
참으로
나는,
멋진 사람이구나,
멋진 사랑을 하고 있구나,
이런 감동!!!
으흐, 자뻑타임!!!
울다 웃으면 똥꼬도 "아야" 한다던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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