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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 20 탄 나, 熱愛중 - 구례여행 2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1. 25.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끝나자

방이 배정되었고 각자의 방으로 가서 일단 짐 정리를 끝나고

각자 선택된 프로 그램에 참여하도록 지시가 내려졌다.

 

아쉽기는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하룻밤도

인생에서 몇 번 정도의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내 룸메이트 들은

일산에서 분당에서 온 분들이었다.

서둘로 짐을 챙겨두고

내 좋아하는

시문학 반 수업에 참석하고

 

저쪽으로

outdoor반의 한 무리중에

그가 눈에 띄였다.

뾰로통 굳어 있었던 표정이

지리산 너머의 하늘 만큼 맑게 개인 듯 하고

이 시간을 즐길 만반의 태세를 준비한 듯 해

내 마음마저 뽀듯하였다.

 

시문학 수업이 이뤄지는 야외교실에 도착하니

20명 남짓한 수강생들의 설레이면서도 진지한 얼굴들이 예뻤고

그들을 향한

반백의 수줍은  시인의 열정 또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들과 함께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도 충분한 시인이었다.

그리고

몇 편의 시쯤은 일필휘지 그 자리에서 완성할 수 있겠다

벌써 마음이 앞서가고 있었다.

 

강의는 예의 지난 번처럼

각자의 소개와

자신의 시를 향한 열정에 대한 소견이 있었고

숙제로 강의가 끝나면

무조건 한편의 시를 써

내일 오전 강의 시간에 발표할 예정으로 되어 있었다.

 

이 시간을 위해

사실 난 이미 두세편의 시를 준비해 오기도 했지요.

누가 알까

이 사악한  초보  시인의 꼼수를...

 

 

그렇게 저렇게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참여한 오후 프로그램들이 끝나고

 

드디어 고대하고 기대하던

저녁시간 그리고 황홀한 밤 프로그램

 

이 시간을 위해

 군산에서 이곳까지

준비한 월남쌈 조각들과

 와인 안주들 몇 몇을 펼쳐 놓으며 

보는 것 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할만큼의 정성을 보였다는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어

또한 큰 기쁨의 순간들...

 

100여명 가까이 참석한 사람들이 내 놓는

마치 포토락 파티의 한 장면처럼

멋있는 셋팅은 없었지만

수십가지가 넘는

먹음직한 음식들이 차려진 테이블들을 보며

벌써 내 접시에 담길 몇몇을 찜해보기도 하고...

 

저녁만찬의 향연을 알리는

멋진 구렛나루를 나부끼며 불어대는 섹스폰의 매혹적인 선율이 흐르고

우시두시 참석자들의

스탠딩 파티의 술렁임이 기분 좋은 밤

 

"배터지게 부어라 마셔라 그리고 즐겨라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오늘의  향연은 이  구석진,

그리고 극히 소박하기만 한

지리산 자락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의   밤은 깊어만  갈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