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끝나자
방이 배정되었고 각자의 방으로 가서 일단 짐 정리를 끝나고
각자 선택된 프로 그램에 참여하도록 지시가 내려졌다.
아쉽기는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하룻밤도
인생에서 몇 번 정도의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내 룸메이트 들은
일산에서 분당에서 온 분들이었다.
서둘로 짐을 챙겨두고
내 좋아하는
시문학 반 수업에 참석하고
저쪽으로
outdoor반의 한 무리중에
그가 눈에 띄였다.
뾰로통 굳어 있었던 표정이
지리산 너머의 하늘 만큼 맑게 개인 듯 하고
이 시간을 즐길 만반의 태세를 준비한 듯 해
내 마음마저 뽀듯하였다.
시문학 수업이 이뤄지는 야외교실에 도착하니
20명 남짓한 수강생들의 설레이면서도 진지한 얼굴들이 예뻤고
그들을 향한
반백의 수줍은 시인의 열정 또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들과 함께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도 충분한 시인이었다.
그리고
몇 편의 시쯤은 일필휘지 그 자리에서 완성할 수 있겠다
벌써 마음이 앞서가고 있었다.
강의는 예의 지난 번처럼
각자의 소개와
자신의 시를 향한 열정에 대한 소견이 있었고
숙제로 강의가 끝나면
무조건 한편의 시를 써
내일 오전 강의 시간에 발표할 예정으로 되어 있었다.
이 시간을 위해
사실 난 이미 두세편의 시를 준비해 오기도 했지요.
누가 알까
이 사악한 초보 시인의 꼼수를...
그렇게 저렇게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참여한 오후 프로그램들이 끝나고
드디어 고대하고 기대하던
저녁시간 그리고 황홀한 밤 프로그램
이 시간을 위해
군산에서 이곳까지
준비한 월남쌈 조각들과
와인 안주들 몇 몇을 펼쳐 놓으며
보는 것 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할만큼의 정성을 보였다는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어
또한 큰 기쁨의 순간들...
100여명 가까이 참석한 사람들이 내 놓는
마치 포토락 파티의 한 장면처럼
멋있는 셋팅은 없었지만
수십가지가 넘는
먹음직한 음식들이 차려진 테이블들을 보며
벌써 내 접시에 담길 몇몇을 찜해보기도 하고...
저녁만찬의 향연을 알리는
멋진 구렛나루를 나부끼며 불어대는 섹스폰의 매혹적인 선율이 흐르고
우시두시 참석자들의
스탠딩 파티의 술렁임이 기분 좋은 밤
"배터지게 부어라 마셔라 그리고 즐겨라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오늘의 향연은 이 구석진,
그리고 극히 소박하기만 한
지리산 자락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의 밤은 깊어만 갈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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