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군산을 떠나 하루를 타지에서 보낼 수 있다니...
그것도 가을이 저물무렵 겨울 초입에.
오랫동안 이 시간을 기다려왔던 설레임이 만땅되어
운전대를 쥐는 손마저
말로의 '빨간 구두아가씨'의 구둣소리에 박자를 맞춘다.
피곤한 듯
의자를 뒤로 제키고 잔뜩 뻣대 앉아있는
옆지기의 뾰로통한 표정마저도 귀엽다.
가져간다는 텐트를 굳이 빼앗아 놓고 온게
조금은 맘에 걸리지만
지리산 자락은 추운께
다음 기회에 야영을 하시라
만류했더니
그것 마저도 지 맘데로 하지 못한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런 투덜거림마저도
귀엽기만 하다.
대신
오늘 밤만은 완벽한 써비스로
평소에 마시고 싶어했던 와인을 몰래 챙겨두었다.
뭐 이런 깜놀 정도로 충분히 그의 기분을 맞출 수 있으리라
생각만으로도 신이 나기도 한다.
전주를 빠져 나가면서부터
완연한 늦가을의 정취를 담은 풍경들도
11월의 햇살에 춤을 추는 듯 하다.
시간에 맞춰 출발을 했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을 즐기다 보니
구례근처에 1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집결 시간이 한 시인데
간단한 점심이라도 할까해 짜장면 집을 기웃거린다.
5,000원짜리 짜장면도
그대와 함께라면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속으로 가만 웃음을 삼킨다.
겨우 12시 50분에 미팅 장소에 도착한다.
낯선 사람들도
또 익숙한 사람들도
모다 상기된 얼굴로 우시두시 모여 알록달록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리차가 진입을 하자
일제히 우리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이들앞에
조금은 부끄러운 심사가 되어 주차를 하고 내리며
인사하기에 바쁘다.
낯선이들에게도
익숙한 이들에게도
오늘 만은 모다 10년 지기가 된다.
벌써 운영진들은 명찰을 나눠주느라 정신없다.
나도 서둘러 그들 옆으로 가
2개의 명찰을 받아들고
하나는 나, 하나는 옆지기의 목에 걸어준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고대하고 기대해왔던 우리들의 송년의 밤 행사가 시작된다.
행사의 시작은 노래였다.
언제나 '만남'이라는 노래의 섹스폰 반주가 열리면
남녀노소 모든 참가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벌써 첫 만남의 서먹함은
노래와 함께 마실을 갔다.
회장님의 짤막한 환영인사가 있었고
사회자가 1박 2일 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나열해 준다.
그 사이 또다른 이는
일정에 관한 프린트 물을 제시해 준다.
나도 얼른 한 장을 받아
옆지기손에 쑤셔놓고
몇장을 더 받아 이쪽 켵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주고 받는 눈 인사가 참으로 다정하다.
바로 이런 것이야.
이런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뽀듯한 어떤 감정이 밀려와 잠시 크게 숨을 들여 마신다.
역시 지리산의 향기는 공기마저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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