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 먹고 갈래요? "
"자고 갈래요?"
"우리 헤어지자."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같이 있을래?"
"힘들지?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게 아니란다."
오랜 허진호 팬이라면 이런 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강원도 자락 어느 대나무숲의 바람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영화 "봄날은 간다"를 들춰보고 싶은 그런 밤이 찾아 올것이다...
얼마 전에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 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라는 유행가 가사에 심취되어
반복적으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맞다.
사랑은 정말 속절없다.
이 속절없는 사랑때문에
어느 누군가는 새벽잠을 설치고
어느 누군가는 가슴을 치고
어느 누군가는 황홀한 아침을 맞을 것이고...
참
사는 일이 그렇다.
뻔한 결말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환각의 쾌락을 찾아가는 불나방과 같은 삶이다.
나는 또 그런 것의 모양새를 알면서도
불나방의 냄세를 피우며
팔랑팔랑 형광등 불빛으로 말려들어가
종내는 형광등 갓, 구석 어딘가에 주검으로 고착될 그런 운명의 부름으로 중독되어 가고 있나 보다.
끊임없이 카톡을 날리고
음치에 박치에 부끄럽기만 한 내 목소리를 쏜다.
"보고 잡다. 사랑해"
"나, 이삐? 안이삐?"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내가 쓰면서도 오글거리는 이런 단어를 설정하여 여지없이 폭탄을 날리듯 쏘아버리고 나면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가벼움에 통렬하기도 하는 시간들의 반복,
그래서 참아보려 이를 악물고 참아보려고 몇 시간을 노력해보지만
또 참지 못하고
"오늘 하루도 만땅 수고했으요, 행복한 꿈 꾸이소.
글구 내 생각 너무 마니 하지 마이소."
이런 설레발까지 떨며
맨날 "지랄 그만혀"라는 야속한 답을 받으면서도
끝임없이 또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다.
"언젠가 언젠가는 내 진심이 정말 느껴지는 날이 있을껴
아니 그러든 말든
그냥 나는 나니깐
너가 어떻든
나는 나를 보여주고 싶은"
그런 열망에 눈물이 난다.
가슴이 아린다. 이 새벽에도...
왜, 한번도 나를 여자로 보아주지 않을까?
참 모를 일이다.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누군가가 끝임없이 이런 화살을 보냈음에도
나는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고
전혀 감동하지 않았으며
오랜 세월 모른척 그렇게 외면 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것은 그냥 그렇더라
노력의 문제도 아니고
연민의 문제도 아니고
이해의 문제도 아니고
그냥 '결'의 문제더라.
지 모양데로 가고 싶은 방향데로
어느새
쉬임없이 안단테 안단데
때론 비바체 비바체를 반복하며
그렇게 흐르는...
이런 모양새를 이해함으로
때론 야속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굳이 널 붙잡지는 않는다, 뭐 그런 오기 같은 것도 딴은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다 변한다.
지금 이렇게 목메이는 내 사랑도
어느 날
하늘을 그냥 하늘로 바라보며
바람을 그냥 바람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 분명 온다.
어느 땐 말이다.
넘 아파 이런 날이 빨리왔으면 기도하던 밤도 있었다.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어
오밤중 시린 바닷가를 서성이던 때도 있었다.
다, 세월이 약이다
세월이 약이라니깐
그냥 세월에게 맡겨 버리면 된다잖아....
그렇게 수없이 반복에 반복을 했던 시간들...
그만 아프고 싶다고
수십장의 편지를 보내고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나도
참
징하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 보다 짧은 사랑일지라도
나는 또 오늘
"ㅅㄹㅎ"를 반복할 것이다.
아, 슬프다
눈물난다.
이 징한 것이
집착인가,
아니며 진짜
나는
사랑을 헌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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