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詩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生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환상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의지와 이상 속에 자라며 흔들리듯
그대의 사랑도 믿음도 나의 사기도 사기의 확실함도
확실한 그만큼 확실하지 않고,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
확실하지 않음이나 사랑하는 게 어떤가.
詩에는 아무 것도 없다. 詩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生밖에.
남아 있는 우리의 生은 우리와 늘 만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용산에서> 오규원
"언니,
이 시를 읽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지...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남아있는 우리의 생을 만나러
매일을 그렇게 사나봐요..."
너무도 예쁜 그녀가 보내온 선물이다.
방방 떠 미친 듯 까질러 다니는 내게.
며칠 전엔 김종삼의 장편 2를 들려주며
"가슴이 먹먹하다." 던 그녀가
오늘은 오규원의 용산에서를 선물한다.
그녀는 시를 쓴다.
그녀는 수필을 쓴다.
그녀가 쓴시를 그녀의 선생님과 동료들은 왕창 왕창 칭찬한다.
그녀가 쓴 수필엔 교수님의 날카로운 펜대가 작동돼 그녀를 움찔거리게 한다.
그녀는 부지런하다.
이런 저런 공모전으로 그녀의 글들이 부지런 부지런 날라다닌다.
그러다 지치면
"아,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나 봐요."
실망하며 힘없는 목소리로 응원을 청한다.
"뭘 그랴, 누가 심사한겨? 도대체 심사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그대를 심사한겨?"
나는 묻고 또 묻는다.
왜냐면 그녀의 편에 서고 싶으니깐.
그녀는 안다.
그녀의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그 길이 한참이나 먼 아득한 길임을...
쓰고 또 쓰고 웃고 울고 희망하고 절망하고
그렇게 그 길을 따라 흐를 수 밖에 없는 지 품새를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엄살을 떨면서도 또 씩씩하게 나아간다.
"언니,
시를 읽다가 문득 문득 언니가 생각나요.
같이 읽고 싶은 시
보내도 되죠?"
"왜 그런 것을 묻는겨?
모조리 모조리 깡그리 깡그리
내 삼류인생, 내 삼류시심에 품위를 확확 높여주삼!!!"
나는 그녀가 참 예쁘다.
나를 깨어있게 하는 이런 시들을 선물한다고 예쁜 것은 아니다.
그냥 예쁘다.
아니 그녀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녀의 꿈을 향한 순박한 열정,
엄살을 떨기도 하지만 여전히 당당한 도취...
" 난 말여, 어느 날 한 달에 인세 3백쯤 받는 날을 꿈꿔."
"어머, 언니, 저는 5십이면 족해요.
언니는 그게 가능 할 지 모르겠어요.
돈되는 소설을 쓰면 되잖아요.
저는 돈도 되지 않는 시, 수필을 끄적 거리고 있어서..."
ㅎㅎㅎ 내 황당무게한 그러나 부끄럽지 않은 어떤 꿈을 말했을 때
그녀 또한 수줍게도 그녀의 꿈을 발설한다.
"긍게, 좀 꿈을 크게 가져봐.
100% 이룰 수 있는 꿈이란 없을겨.
우린 50, 60 %정도만 가능혈지 모르니,
좀 꿈이라도 크게 갖자구요."
ㅎㅎㅎ 이 흐뭇한, 순진한, 부끄러운 우리들의 꿈들,,,
너무도 예쁜 이런 그녀가
내 옆에 있어
난, 짱나게 행복하다.
난, 엄청 든든하다.
난, 참 인복이 터진 사람이다.
와, 하나님은 왜케
날 예뻐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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