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빈번히 나를 찾는 사람들의 신호를 무시해왔다.
"저, 쪼금, 쪼금만 고개를 돌려 주실래요?"
아니 그렇게 말했던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신호를 오랫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냐구요?
나 자신의 세계에 도취되어,
세상밖으로 혹은 자신 안으로 내 보내는 내 자신의 무수한 신호에 짓눌려...
어느 날,
내 지긋지긋한 자아도취에 함몰돼 만났던 그 한계의 벽 앞에서
난 세상이 나에게 보내는 빛의 반짝거림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거의 신비에 가까웠다.
인식의 단계조차 거치지 않고 도달되는 인생의 모든 지혜들을
오직 본능에 충실해 발휘되는 사랑의 눈으로
감싸안고 사는 사람들...
그들을 향한 갈망과 질투의 계단을 넘어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나도 누군가의 미미한 신호에 응답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누군가의 미미한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비로소 확보되고 있는 사람임을,,,
알아챈 것이 얼마나 나를 가슴뛰게 하는 것인지,
내 비루한 일상이 꽃이 되게 하는지,
세상의 그 누군가는 알아줄까?
아니 그 넘만은 알아차렸을까?
오늘도 그것이 젤 궁금한 이 속물, 개뼉다귀, 말뼈다귀 같은 나, 나, 나.ㅎㅎㅎ
어이쿠, 나는 이 시간에 아직도 김연수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면 먼 훗날 큰 보답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부록 같은 것이다.
진짜 최선을 다하면 그 순간 자신에 얻는 즐거움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즐거움이 얼마나 컸던지 지나가고 나면 그 순간들이 한없이 그립다.
내가 하는 행동과 말과 일을 통해서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보여 줄 수 있다는 것,
한없이 투명해진다는 것,
그 누구 앞에서도 어깨를 움츠리지 않는다는 것,
내게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가져다준다고 해도
그처럼 살아갈 수 있었던 순간들과 바꿀 생각은 하나도 없다."
(김연수의 지지 않는 다는 말 p295)
나에게 愛症(이건 憎이 아니다.)을 보여주고 있는 그 누군가의 충고처럼
김연수를 때려 쳐야 하는데,
부끄럽게도 아직 김연수를 넘 많이 베낀게 미안혀서
김연수를 통해 내가 나를 알아차리고
내가 나를 확신하게 된것에 감격해서
그를 빌어 내 썰을 마지막으로 풀 수 있음이 시원해서
이렇게 해서나마 내가 그를 벗어나
저 무한대의 우주로 나를 확장시킬 수 있는
내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시킨 것에 만족하며
마지막으로 그를 인용하고 싶다.
용서하시라, 나에게 한없는 愛症을 보여주시는 그대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이다."
날마다 출근 길에 하늘을 본다.
새벽별을 볼때도 새벽달을 볼때도
막 고개너머 얼굴을 내미는 태양을 맞이할 때도
나는 가슴이 벅차다.
기다림의 지루함을 내팽겨쳐버리고 싶은 충동으로
은파를 향해 달려가 작고 여린 그것들이
항상 그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에도
나는 가슴이 뛴다.
미칠 것 같은 그리움을 살뜰하게 포장하여 참고 또 참다가
종내는 폭풍처럼 질주하는 나를 견딜 수 없어
겨우 카톡 몇자로 자신을 제동시키는 순간에는
나는 가슴이 아린다.
그러므로 나는 무죄다.
벅찬 순간을 인지하고
뛰는 가슴의 박동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린 가슴에 연고를 바르고 있는
무죄일 수 밖에 없는 똘아이다...ㅋㅋㅋ
순간순간이 흘러
시간이 조금 더 앞설때
내가 바라보는 나는,
과연 어떤 인간이 되어있을지 실로 기대되는 까닭에
나는 무죄일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신비하고 삶은 기적같고, 존재는 불가사의하다."
이 진리가
내가 무죄인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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